“가자 아메리카로” 삼성-SK하이닉스, 美 반도체 사업 조직 강화
입력 2021.12.08 12:31
수정 2021.12.08 12:35
DSA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기술 리더 장으로 앉힌 삼성
R&D 기능 갖춘 미주 조직 신설해 CEO가 직접 맡게 한 SK
글로벌 ICT 기업 수요 많은 시장에 현지 대응력 향상 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말 정기 인사에서 나란히 미국 반도체 관련 조직을 강화하면서 향후 사업에서 현지 대응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큰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꾀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어 사업적으로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미국 반도체 미주총괄 조직을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시킨 것을 두고 중요한 시장인 미국 사업에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인사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 조직의 장에 강인엽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DSA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혁신을 선도하는 전진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조직이다.
그동안 부사장급이 맡아온 DSA 수장에 사상 처음으로 사장급 인사를 배치한 것으로 그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강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 시스템온칩(SOC)개발실장을 거쳐 지난 2017년 5월부터 4년 반 동안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맡아온 사내 핵심적인 기술 리더다.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갖춘 사장급 인사가 조직의 장으로 선임되면서 조직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단행한 시점에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회사는 최근 미국 현지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인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에 제 2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1공장에 이은 증설 투자에 맞춰 중량감 있는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미국에는 애플·퀄컴·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많아 대형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면 생산과 소비가 단일 지역에서 이뤄지면서 물류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예정대로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제 2파운드리 공장이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대응력 향상이 기개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조직개편을 통해 미국 시장 대응력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2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자(CEO)인 이석희 사장이 조직의 장을 겸하도록 했다.
또 미주사업 산하에 ‘미주 연구개발(R&D)’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플래시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낸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ICT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구체화시켜 북미 사업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현지 생산시설 건립 가능성도 남아 있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욱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5일 (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건립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제조건(Precondition)을 살펴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생산 인력 확보와 비용 조달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거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을 열어둔 것만으로도 향후 추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은 시장에서의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향후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한 다각화·다변화 전략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