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정은지, ‘술도녀’로 느낀 ‘즐거움’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2.13 07:20
수정 2021.12.12 17:21

“처음 강지구를 봤을 때는 신선하다고 생각…지금까지 안 보여준 표정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즌제 반가워, 지구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어.”

세 명의 단짝 친구가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때로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것이 ‘술꾼도시여자들’의 매력이었다. 이를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가수 겸 배우 정은지는 이 작품에서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하고, 평소엔 안 쓰던 욕도 과감하게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했다.


최근 티빙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 잔이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다.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티빙 역대 주간 유료가입 기여 수치 1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정은지는 세 친구 중 가장 시니컬하지만 또 가장 속 깊은 캐릭터 강지구를 연기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지만, 어떤 사건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종이접기 유튜버가 됐다. 가족들과도 인연을 끊고 방 안에서 종이를 접으며 온라인으로만 소통을 하는 지구지만, 지연(한선화 분)과 소희(이선빈 분)와 술을 마실 때만큼은 어떤 상처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은지는 지구의 강한 모습 뒤 숨겨진 상처까지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에 섬세하게 접근했다.


“처음 강지구를 봤을 때는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표정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고난과 역경을 다 씹어먹을 것 같은 캐릭터였다. 고난과 역경은 지나가고, 그 이후를 사는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상처가 많아 방어가 강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날이 선 것 같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건 상처 받아서 딱지가 앉은 거지,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라고 여겼다. 지구는 바로 내 옆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


지구의 아픈 사연이 베일을 벗는 과정도 뭉클했지만, 그가 지연, 소희와 함께 매일 저녁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장면들은 공감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기도 했다. 정은지도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이 매력이 화면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을 했다.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얼마나 ‘술에 진심이길래 이러나’ 싶었다. 봤더니 너무 진심이더라. 미지근한 소주를 마시는 것부터. 술이라는 단어 자체는 내게 매력적인 단어로 다가왔다. 하지만 술을 찾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지 않나. (공감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떻게 풀려나 궁금증도 좀 있었다. 캐릭터 자체도 매력이 있고, 궁금하기도 했다. 화면에 담겼을 때 어떤 느낌일지가 너무 궁금했다.”


ⓒ티빙

세 친구의 남다른 우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한선화, 이선빈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애드리브를 하며 웃기도 하고, 즐거운 장면을 찍을 때는 함께 깔깔거리면서 또래 배우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공감도 많이 됐지만,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물론 지금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은 서로의 살아온 과정을 다 보고 기억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지 않나. 보면서 부러웠다. 하지만 이번에 이선빈, 한선화와도 많이 친해졌다. 극 중 친구들처럼 동갑은 아니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TV가 아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공개된 작품인 만큼 결과물을 접하며 새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촬영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TV였다면 하지 못했을 표현들을 하고, 또 보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가려지는 것 없이 시원하게 공개가 된다는 게 새로운 매력으로 느꼈다. 촬영을 할 때는 똑같았다. 4개월 가까이 찍었는데, 촬영하는 시간도 짧지 않았다. 빠르게 전개가 되다 보니 컷을 많이 나눠서 찍고, 테이크를 많이 가기도 했다. 방송에는 나오진 않지만, 촬영을 한 장면들도 있었다. 그리고 결과물로 나왔을 때는 통쾌한 게 있더라. 가리지 않고 다 보여주다 보니 리얼리티도 더 살았던 것 같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일찌감치 시즌2를 확정했다. 4개월을 지구와 함께 울고 웃은 정은지 또한 시즌2로 지구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받은 것만큼 소모도 많이 된 작품이다. 작품을 찍으면서 이렇게까지 우울한 적은 없었는데, 지구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웃고 떠들 때도 있지만, 지구가 혼자 있을 때의 장면들을 찍을 때는 ‘캐릭터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이런 것이 구나’ 싶을 만큼 지구의 감정을 꽤 많이 느꼈다. 그래서 시즌제가 더 반가웠다. 지구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물론 고난과 역경도 많이 넣으실 것 같긴 한데, 궁금하다. 어떻게 표현이 될지.”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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