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부정투표 논란 ‘국민가수’…쿠팡플레이 뒤에 숨은 TV조선
입력 2021.12.11 16:32
수정 2021.12.11 16:34
쿠팡 측 "부정투표, 순위 및 당락 결정엔 영향 無"
TV조선은 사과·후속대책 등 입장 발표 없이 침묵
지난 9일 방송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는 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17.4%, 전국 시청률 15.3%를 기록하며 10주 연속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주간 예능 정상을 지켰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범람함에 따른 부진이 예상됐지만, 이 수치는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공정성’ 면은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날 ‘국민가수’ 준결승전 결과를 통해 보여진 것처럼 투표는 참가자의 순위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1위 김동현은 5위로, 3위였던 박장현은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반대로 준결승 1라운드의 최하위였던 이병찬은 톱10에 진입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청자의 투표로 인한 변화였다.
하지만 ‘국민가수’도 부정투표는 피하지 못했다. 투표를 진행하는 쿠팡플레이는 지난 8일 부정 투표를 인정했다. 다만 쿠팡플레이는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계정을 통해 중복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중복투표 내역이 참가자 순위 및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벌어진 ‘타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해선 경계하는 분위기도 내비쳤다. 앞서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가 조작논란으로 회복하기 힘든 신뢰도 하락을 경험했고, 관련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는 모든 책임을 부정 투표를 한 당사자들에 넘기는 듯한 액션을 취했다. 이들은 “허위 내용을 입력하거나 타인의 정보를 도용한 계정에 대해서는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제재를 즉시 시행할 계획”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안도 진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연히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개개인의 팬들의 비도덕적 선택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선 ‘프듀’ 사건이 있었음에도 투표 시스템을 점검하지 못한 쿠팡플레이의 책임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TV조선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인기 효과를 누리는 것이 방송사인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함에도 TV조선은 사과와 대책마련 의무를 져버리고 쿠팡플레이의 뒤에 숨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TV조선의 ‘무대응’은 이미 익숙하다. 앞서 ‘미스트롯2’ 당시에도 지원자 수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그럼에도 TV조선은 어떠한 사과나 후속 대책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 논란 모두 시청자들의 문제제기로부터 공론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은 곧 시청자들과의 신뢰로 이어진다. 지원자수를 부풀리고, 부정투표로 순위가 뒤바뀌는 건 모두 공정성을 하락시키는 결정적 요소다. 방송사나 투표 진행 업체가 아닌, 시청자가 먼저 문제를 잡아내고 뒤늦게 후속 대응을 하는 것도 모자라 방송사의 책임감 결여를 대중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침묵이 더 이상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