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인 ‘탄탄한’ 서사, ‘조명가게’선 ‘진입장벽’…강풀 유니버스에 필요한 ‘균형 감각’ [D:방송 뷰]
입력 2024.12.20 11:05
수정 2024.12.20 11:05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를 선보이며 ‘강풀 유니버스’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디즈니플러스지만, ‘조명가게’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분명했다. 차근차근 풀어내는 서사를, 공들여 풀어내는 강풀 작가의 특징은 그대로지만, 일각에서는 ‘진행이 너무 느리다’,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이미 제작을 확정한 ‘무빙2’는 물론, ‘브릿지’, ‘타이밍’ 등 강 작가의 ‘세계관’이 아직 무궁무진하지만, 다음 시도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뚜렷하게 남은 셈이다.
지난 4일 공개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18일 마지막 에피소드인 7, 8회를 공개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썼다.
조명가게의 비밀을 둘러싼 전개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한편, 조명가게를 찾은 수상한 손님들의 사연이 베일을 벗으며 먹먹한 감동을 유발하기도 했다. 산자와 망자가 ‘조명가게’를 통해 연결되는 과정에서 섬뜩함이 유발되기도 하지만, 각 캐릭터들의 애틋한 사연이 남기는 여운도 컸던 것. ‘미스터리물’이자 동시애 ‘휴먼 드라마’의 성격을 띠며 강풀 작가 특유의 개성과 따뜻함을 모두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다만 8부작의 길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 ‘전개가 너무 느리다’는 평도 함께 받았다.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드러나는 5회가 시작되기 전 세계관을 설명하는 과정이 길었으며, 본론 진입이 너무 늦어 ‘어떤 이야기인지 한참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평도 이어졌다. 원작의 팬이 아닌 이들에겐,‘조명가게’의 느리고 모호한 전개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강 작가의 전작인 ‘무빙’에서도 결이 비슷한 평이 이어졌었다.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액션 히어로물’이지만, 세계관을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꽤 많은 회차를 할애했었다.
당시 20부작 드라마로, 초반부터 쌓아온 서사가 후반부 여운을 배가했다는 평이 이어졌고 나아가 이것이 강 작가의 강점이라고 평가되기도 했었다. 특히‘무빙’은 ‘액션 히어로물’로, 후반부 화려한 액션 씬 등으로 ‘볼거리’까지 갖추며 초반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었지만, ‘조명가게’는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 사이를 오가는 작품으로, ‘무빙’만큼의 화려함을 갖추기는 힘들었다. 결국 강 작가 특유의 느린 전개가 ‘조명가게’에서는 ‘진입장벽’이 된 셈이다.
올해 ‘킬러들의 쇼핑몰’ ,‘ 지배종’, ‘삼식이 삼촌’, ‘폭군’, ‘강매강’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무빙’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디즈니플러스가 ‘무빙’과 연결고리가 뚜렷한 ‘조명가게’를 연말 기대작으로 내놨지만, 결국 성과와 숙제를 모두 안게 된 모양새다. 현재 ‘무빙2’의 제작이 예고됐으며, ‘조명가게’ 쿠키 영상에서 세계관을 연결하는 등 강풀 유니버스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릿지’, ‘타이밍’ 등 강 작가가 또 어떤 작품으로 세계관 확대를 시도할지가 팬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다음'을 위해선 대중성과 강 작가 특유의 개성 사이 적절한 문법을 찾는 것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