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마리 푸들 '잔혹 살해' 가해자…실형 가능성은?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2.13 06:05
수정 2021.12.13 08:40

40대 남성, 개 19마리 입양해 고문하고 살해·유기…경찰 수사 중

전문가 "동물보호법·사기죄 성립 가능…최대 2년 6개월 실형 예상"

"동물학대 양형기준 마련해 처벌 일관성 유지해야…민법 개정안 국회 통과 절실"

전북 군산에서 입양한 강아지 19마리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해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엄벌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기죄 혐의를 경합하면 실형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군산경찰서는 지난 6일 A(41)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올해 초부터 푸들 등 강아지 19마리를 입양한 뒤 이들을 고문해 죽인 사체를 아파트 화단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강아지를 물에 담가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에 닿게 하는 식으로 고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숨진 강아지를 부검한 결과 몸 곳곳에 화상 흔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또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A씨는 입양을 하기 위해 견주들에게 자신의 신분증과 사택 사진을 보여주며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입양을 보낸 견주로부터 강아지의 안부를 물으면 "산책하던 중 목줄을 풀고 사라졌다"는 식으로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혹한 범행에 A씨에 대한 시민들의 엄벌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푸들만 19마리 입양, 온갖 고문으로 잔혹 학대 후 죽이고 불법 매립한 범죄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신상공개 동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10일 오후 기준 11만1850명이 서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A씨의 범행 경위와 심각성 등을 고려하면 동물보호법 위반과 사기죄를 경합해 가중 처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한 경우에 3년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진규 파운더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 벌금형 처벌이 대다수"라며 "하지만 이번 사안은 범행의 반복성, 피해 동물 수를 비춰봤을 때 죄질이 특히 좋지 않아 최대 징역 1년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가 기존 견주들에게 '잘 키우겠다'고 속여 입양한 점은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형법상 사기죄는 타인을 속여 재물을 취득하는 행위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형법상 사기죄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경합될 수 있다"며 "최근 한 모녀가 진돗개를 잘 키우겠다고 속여 입양한 뒤 보신탕을 해먹은 혐의로 징역 6개월 받았는데, 이 사건은 장기간 반복해서 19마리를 학대해 살해한 만큼 1년~2년 6개월 실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국민 법감정에 맞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제대로 된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권유림 율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양형기준이 없다보니 1마리를 죽여도 실형이 나오거나 수마리를 잔인하게 죽여도 벌금형, 집행유예가 나오는 등 천차만별 판결이 나오는데 판사 개인 가치관이나 관심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의 심각성을 법적 기준으로 마련하면 중한 형이 선고되는 판례가 누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 수위가 높아지는 등 훨씬 더 엄격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법무부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 인식하고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고, 이 개정안은 9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법무부는 향후 민법상 반려동물 개념을 신설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는 법안 등 후속 조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권 변호사는 "민법 개정안으로 동물을 생명체로 보는 문화가 확립되고, 물건으로 취급하면서 양형을 선고하는 지금보다 보다 가중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 역시 "민법 개정안 입법 배경에는 이제는 동물을 생명체로 보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법이 통과된다면 재판부도 이런 배경을 반영해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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