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3 신산업①] 총성 울린 반도체 전쟁…승부수는 '시스템반도체'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1.12.09 07:03
수정 2021.12.09 22:14

관련 시장 2025년 370조원 예상

삼성·SK 등 국내기업 비메모리 총력

"민·관 합심해 획기적인 모멘텀 필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경기 성남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 열린 '제9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 참석에 앞서 관계자로부터 설계지원사업 추진현황과 장비 구축상황 및 테스트시연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BIG3 신산업(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이 미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세 개 분야 모두 수출성장률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며 수출효자로 등극한 데다 미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히든카드로 부상하면서 민간·정부 모두 BIG3 신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불붙는 시스템반도체 전쟁…삼성·SK 등 국내 기업 총력전

BIG3 신산업 중 하나인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계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 반도체 1위기업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확대에 여념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성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삼성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국내외 생산기지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기지인 경기 기흥·화성·평택과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강화할 예정인 만큼 향후 생산능력은 2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성장시킬 예정이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삼성과 차별화를 두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워싱턴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개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와 관련해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모델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우리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안에 들어가서 삼성이나 TSMC와 경쟁할 생각까지는 없다. 파운드리는 약간 다른 문제고, 필요한 로직 칩을 어떻게 접근할건가 생각하는 건데 나름대로의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방법론을 언급했다.


시스템반도체 대장주로 통하는 한미반도체는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7%를 상회하고 있다. 대만 TSMC(대만반도체매뉴팩처링)를 비롯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함께 글로벌 IC(집적회로) 업체들 사이에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생산을 위한 장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덕이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올해 반도체분야,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첫 신입생을 선발하기도 했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K-반도체전략에서 제시된 향후 10년간 3만6000명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목표한 바대로 인재 양성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 370조원…정부 전폭적 지원 절실"

민간이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총력전에 나선 만큼 정부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올해 전력 반도체, 차세대 센서, 인공지능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유망 분야 집중 육성 R&D 규모를 2400억원으로 정한 뒤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내년 예산에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예산(200억원)을 신규로 편성했다.


팹리스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초기비용 부담, 파운드리 연계 부족 등으로 안착기반이 취약한 만큼 전(全) 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10%, 팹리스기업 300개, 유니콘기업 5개를 육성하기 위한 '진입-생산-판로' 전 주기에 걸친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제조역량 확보·강화를 위해서는 인허가, 규제 문제가 최대 현안인 만큼 신속히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화성 EUV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EUV센터 부지계약 문제는 최근 마무리됐으며 용인 클러스터의 하천·도로 등 기반시설 점용 인허가 협의 등도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며 "규제 완화과제를 최대한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025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가 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예열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2019년 일본에서 차세대 이미지센서 연구개발 센터를 열고 소니 출신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등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스템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파운드리 업황 호조에 따라 올해 1~10월 시스템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무려 31.5%나 기록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총수출의 19.4%(올 10월 기준)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산업이다. 향후 메모리부문 초격차 유지, 비메모리부문 추월선도'라는 '제2의 반도체 도약'이 절실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관이 합심해 획기적인 시스템반도체 육성 모멘텀 및 대응책을 만들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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