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넷플릭스, 韓 콘텐츠에 달아준 날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1.07 08:37
수정 2021.11.07 08:39

‘오징어 게임’이 몰고 온 K-콘텐츠 열풍

국내 콘텐츠 향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 이어져

“작품 하나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을 체험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은 올해 초 열린 ‘See What’s Next Korea 2021’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두나 또한 이 자리에서 “한국 콘텐츠를 넷플릭스로 전 세계로 선보여 뿌듯함과 동시에 더욱 큰 책임감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K-콘텐츠의 무대는 이제 전 세계가 됐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진출한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이제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K-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도 이미 ‘킹덤’ 시리즈가 전 세계에 한국형 좀비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D.P.’와 ‘마이 네임’도 전 세계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K-콘텐츠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모델 정호연은 이 작품 공개 이후 40만이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2000만대를 훌쩍 넘기며 단숨에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글로벌 배우가 되기도 했다.


각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오리지널 시리즈와 수급된 콘텐츠들을 서비스가 되고 있는 모든 국가에 동시 공개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배우들과 작품들은 특별한 과정과 노력을 거치지 않고서도 손쉽게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앞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질적인 향상을 이뤄내기도 했다. 최근 제작된 ‘오징어 게임’은 편당 제작비가 30억 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졌으며, 이는 국내 드라마 제작비의 5~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옥자’, ‘킹덤’, ‘스위트홈’ 등 국내 콘텐츠에 7700억 원(연평균 154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만 5500억 원의 투자를 통해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창작 자유 보장 방침도 창작자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바탕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2017년, 5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한국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당시 “회사 방침이 쿨하다”며 “이런 큰 예산의 영화를 100% 자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행복한 작업이었다. 저를 100% 서포트해줬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었다.


‘킹덤’ 시리즈의 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가 단 한 컷도 이래라 저래라 한 적이 없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환영할 만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으며, ‘D.P.’의 한준의 감독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 작업을 했을 때, 스스로의 강박일 수도 있지만 지상파나 상업 영화에서 해도 되나라고 고민했던 것들을 저와 팀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었다.


이 영향은 촬영과 CG, 미술, 특수 분장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에게도 고루 미치고 있다. ‘킹덤’ 시리즈의 한국형 좀비가 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면서, 이 작품의 분장과 미술 담당 인력들이 주목을 받았던 것. ‘오징어 게임’에서는 각 게임의 매력을 살려주는 세트와 배경음악 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창작자들의 과감한 상상력을 현실화하려는 넷플릭스의 노력이 이들의 능력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 ‘파트너 데이’ 행사를 통해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를 발표했다. 그들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흥행을 통해 약 5조 6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1만 6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했다. 파급 효과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 곳은 콘텐츠 제작 및 배급업 분야로, 촬영, 편집, 더빙 및 특수효과 등 다양한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약 2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봤다.


물론 넷플릭스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가져가는 수익 독식 문제부터 망 이용료 미지급 논란까지. 불공정 문제가 꾸준하게 대두되고 있는 넷플릭스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의 질적, 양적 성장은 물론 확장성에도 또 다른 길을 열어준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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