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챙긴다는 이통사, 1800만 가입한 5G 투자는 언제?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11.02 10:09
수정 2021.11.02 10:10

KT, 장애 사고 후 조직 규모 축소했던 ‘네트워크’ TF 구성

KT “기본으로 돌아가겠다”…SKT “안정적 인프라 구축” 강조

9월 5G 가입 1800만 넘어…체감 품질 낮은데 설비투자 축소

최근 발생한 KT의 전국 인터넷 장애를 계기로 ‘탈(脫)통신’을 외치며 신사업에 몰두하던 이동통신 3사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이통사의 본업은 결국 통신인데 이번 대형 사고로 고객 신뢰를 잃고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막대한 손해로 이어지면서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게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통 3사는 올해 상반기에 나란히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하며 인프라 확보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에 대한 혹평이 여전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이통 3사가 본업에 충실한 태도로 소비자 품질 불만을 가라앉히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탈통신’ 쫓던 회사에 예견된 사고…회사 근간 흔들렸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인터넷 장애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구현모 대표 직속 ‘네트워크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장애가 기본을 준수하지 않은 작업이 원인이었던 만큼 단계별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원점부터 세밀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KT 내·외부에서는 이번 장애를 두고 ‘예견된 사고’였다고 지적한다. 구 대표 출범 이후 회사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탈통신 행보를 가속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네트워크 조직을 축소하는 등 통신업을 등한시했다는 점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진행한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코 전환을 선언하면서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사업은 지난 5년간 놀라운 성장이 있었던 반면, 통신산업은 성장이 정체됐다”며 “KT의 치명적인 약점인 집전화, 국제전화 등은 5년간 수익이 1조 이상 감소했다”고 언급했었다.


통신업에 대한 구 대표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의 사업 대부분은 정보통신기술(ICT)에 뿌리를 두고 있어 통신이 잘 운영돼야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구조”라며 “기존에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거나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는 것은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하고 안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2천만 5G 시대에도 품질 불만 여전…신뢰 되찾아야

전날 신설법인 SK스퀘어와 쪼개지며 새롭게 탄생한 SK텔레콤도 출범 직후 ‘안정적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며 통신의 중요성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박정호 대표에 이어 새 수장으로 선임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직원들에게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1등 서비스 컴퍼니로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발생한 사고를 인식하고 비슷한 사태를 경계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두 회사처럼 신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3위 사업자인 만큼 통신 역량을 키우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찐팬(진정한 팬)’ 전략에 더 집중하고 있다. 다만, 올해 저조한 투자로 지난 8월 말 기준 5G 무선국 수는 이통 3사 중 가장 적은 5만4013개에 그치고 있다.


그러는 동안 5G 가입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날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1840만5753명으로 8월(1780만47명) 대비 3.4% 증가했다. 회사별로 ▲SK텔레콤 864만9868명 ▲KT 561만3959명 ▲LG유플러스 410만755명이다. 증가 속도로 봤을 때 연내 2000만 가입자 돌파가 유력하다.


하지만 정작 늘어난 가입자 수에 비례하지 않은 미흡한 투자로 이용자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역설적으로 올해 상반기 이통사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SK텔레콤의 올해 상반기 CAPEX는 1조696억원으로 지난해(1조2244억원) 대비 12.6% 감소했다. LG유플러스도 8633억원으로 지난해(9999억원) 대비 13.7% 축소됐다. KT도 상반기 8641억원을 집행해 전년(9673억원) 대비 10.7% 비용이 줄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5G가 상용화된 바로 다음해여서 이례적으로 CAPEX가 많이 투입돼 상대적으로 올해 규모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 연간 계획에 따른 것일 뿐, 실제 규모가 많이 축소되지는 않았다”며 “연내 계획했던 투자를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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