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비난 속...윤석열 ‘전두환 발언’ 결국 사과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1.10.22 00:00
수정 2021.10.22 00:22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 옳지 못했다”

사과로 논란 마무리 수순...정치적 내상은 남아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 이틀만인 21일 오전 첫 ‘유감 표명’을 했다. 그러나 사과가 아닌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에 이날 오후 결국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지난 이틀간 여야는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에 “잘못된 역사관” “참담한 정치관”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의 사과로 논란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해명→유감→사과’라는 여러 과정을 거치며 윤 전 총장은 ‘고집을 부리는 지도자’라는 정치적 내상 또한 입었다.


이날 윤 전 총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에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때는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에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전두환 옹호 발언’ 수습에 나섰다.


그는 “저는 헌법 개정을 할 경우 5.18 정신을 4.19 정신과 마찬가지로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 왔다”며 “해운대 당협에서의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각 분야에 널리 전문가를 발굴해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더 받들어 국민 염원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한 것에서 나아가 사실상 사과의 형식을 하고 있었지만 ‘유감’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행사가 끝나고 기자와 만나 ‘유감 표현을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느냐’는 질문에 “사과의 뜻으로 봐달라”며 “표현 수위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비판을 수용할 때는 그렇게(유감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 모양이다. 나도 정치언어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언어로써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과의 뜻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의 비난 여론은 거셌다. 경쟁자 홍준표 의원은 SNS에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갖고 무책임한 유감표명으로 얼버무리는 행태가 한 두 번인가”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SNS에 “좀 더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호남을 방문한 이준석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 관련 발언은 최대한 고민해서 해달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께 SNS에 “송구하다”는 정확한 표현의 사과문을 게제했다. 윤 전 총장은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었고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 발언의 진의는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다. 대학시절 전두환을 무기징역 선고한 윤석열이다. 제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탄압한 전두환 군사독재를 찬양, 옹호할 리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이며 논란을 일단락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많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전히 정치언어를 어려워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일부분 억울한 마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기 의도를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우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결국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게된다. 이번 사건으로 윤 전 총장도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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