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 ‘문자 파문’ 쇼트트랙 심석희,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 보류
입력 2021.10.12 16:51
수정 2021.10.12 16:55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문광위 국감에서 시상 관련 질문에 "좀 더 조사해야"
쇼트트랙 심석희(24·서울시청)가 동료 욕설 논란과 고의 충돌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도 사실상 보류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심석희 문자메시지 파문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다.
이 회장은 “고의성을 갖고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는 15일 시상 예정인 대한민국 체육상에 대해서는 “빙상연맹과 저희(대한체육회)가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심석희에게) 상을 주는가, 안 주는가”라고 물었고, 이 회장은 “좀 더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체육상은 정부가 9개 부문에 걸쳐 국민체육진흥을 위해 노력한 유공자에게 주는 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5일 제59회 대한민국체육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심석희는 2014 소치올림픽·2018 평창올림픽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 등을 따내는 등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로서 맹활약해 경기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경기상 부문 수상자는 여자배구 김연경(33).
또 이 회장은 “(심석희는) 현재 최민정 선수하고 대면을 피하도록 조치했다. 지금 집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심석희의 국가대표 선수 자격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디스패치’는 평창올림픽 기간에 심석희와 A코치가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동료였던 최민정, 김아랑을 향한 욕설과 비하 문자 메시지가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충격적인 것은 2018년 2월 11일부터 16일까지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에 ‘브래드버리 만들자’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브래드버리는 호주 출신 쇼트트랙 선수로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안현수, 오노, 리자쥔 등의 연쇄 충돌 덕에 꼴찌로 달리고 있다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다.
선수들 사이에서브래드버리라는 단어는 쇼트트랙에서 뒤엉켜 넘어지는 상황, 또는 그로 인해 생기는 뜻밖의 사건 등을 설명할 때 쓰는 은어가 됐다. 문자 내용대로 실행에 옮겼다면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일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민정 측도 좌시하지 않았다.
올댓스포츠는 “2월 22일 1000m 결승에서 실제로 심석희와 최민정이 충돌했고, 그 결과 최민정은 4위로 대회를 마치고 심석희는 실격 처리됐다. 해당 경기가 열렸던 당일 밤 심석희는 A코치와 ‘그래도 후련하겠다. 최고였어 ㅎㅎ’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이 내용은 충돌이 우연이 아닌 고의적으로 일어났음을 짐작하게 하는 결정적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는 문자가 공개된 지난 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퇴촌해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과 분리 조치됐다. 11일 심석희는 매니지먼트사 갤럭시아SM을 통해 “일부러 넘어진다거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고의 충돌 의혹은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