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앞에서 '퍽퍽'…묻지마폭행 참고 견뎌낸 태권도관장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1.09.30 12:17
수정 2021.09.30 12:17

부산에서 한 태권도 관장이 원생들 앞에서 처음보는 사람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한 사연이 알려져 온라인상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30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따르면 태권도 관장 A씨는 지난 29일 오후 4시 10분께 태권도장 건물 앞에 세워둔 차량 근처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A씨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A씨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는 모습과 A씨가 이 남성을 제지하기 위해 몸을 붙잡는 장면 등이 담겼다.


A씨는 "태권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차량에 태운 직후 폭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운전석에 앉자마자 한 남성이 "네가 선생이냐? 관장이냐?"라며 삿대질과 함께 다가왔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A씨 뒤통수를 때렸다는 것.


"이런 게 묻지마 폭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A씨는 "얼굴을 집중적으로 7~8대 구타 당하다 보니 더 이상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최대한 방어만했다"면서 "태권도 관장이 사람을 때리면 안 될 것 같아 화는 났지만 입술 꾹 깨물며 참았다"고 밝혔다.그러면서도 해당 남성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면 가만히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후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은 정리됐다고 한다. 이날 폭행으로 A씨는 얼굴 타박상과 입안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고 두통 증상과 정신적 피해 등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폭행) 장면을 바로 목격한 우리 아이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늘 믿고 따르던 관장이 저렇게 맞기만 하고 공격을 못하고 있으니 '우리 관장님은 왜 안 때리냐'며 울먹였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러 학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며 "내용을 충분히 정리해 학부모들께 공지했더니 정말 많은 응원과 '잘하셨다'는 답장을 받아 '내가 잘한 일이구나'하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다만 "나는 왜 공격하지 못했을까, 참았던 게 잘한 일인가, 억울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A씨를 폭행한 가해 남성은 경찰에 입건돼 조사 후 귀가조치 됐으며, A씨는 30일 오후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들은 A씨에게 "대처 정말 잘했다" "진정한 무도인" "참기 힘든상황에서 잘 참으셨네요"라며 응원을 보냈다.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와 동시에 "뭐 저런 인간이 다있냐" "처벌 세게 했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은 절대 합의해주면 안됨" 등 가해 남성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몇몇 누리꾼들은 "쌍방폭행은 누가 만든거냐"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법이 절실하다" "저런 폭력은 처벌 수위를 높여라"라며 제도를 지적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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