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종전선언 제안에…여지 남긴 미국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9.23 12:02 수정 2021.09.23 12:02

美 국방부 "종전선언 열려있어"

美 국무부 "항구적 평화 전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여지를 남기는 입장을 내놨다. 동맹존중을 강조해온 미국이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 제안에 선을 긋진 않는 모양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여를 모색하고 있다"며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개최된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커비 대변인은 종전 선언이 북핵 해결방안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종전 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뒤 "우리는 이 문제가 복잡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그러한 대화를 하는 데 있어 우리 외교관들의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대화에도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그랬듯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국무부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없다"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활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국방부와 달리 종전선언과 관련한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거듭 촉구하며 대북 관여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종전선언, 평화프로세스 출발점"


종전선언은 북한과 미국보다도 문 정부가 관심을 갖고 밀어붙여 온 이슈로 평가된다.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 '입구'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근거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종전선언이 굉장히 유효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 시켜 가는 신뢰구축 조치이자 출발점으로 정치적·상징적·실용적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북미는 종전선언을 '곁가지'로 간주해왔다. 일례로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선언에 합의했지만, 북미 정상은 종전선언을 주요 의제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알아보니 (종전선언은) 싱가포르 회담 의제에 들어갔다가 빠졌다고 한다"며 "의제 선정과정에서부터 차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아마 북한 입장에선 평화협정의 긴 프로세스에서 종전선언을 하나의 요소로 간주하고, 직접적으로 제일 중요한 요소로 보진 않은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에 많은 주안점 둔 듯하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종전선언 이슈는 이번 문 대통령의 공개 언급으로 또 한 번 명맥을 이어가게 됐지만, 실질적 진전을 이룰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종전선언을 둘러싼 진짜 문제는 북한의 관심"이라며 "'전쟁이 끝났다'는 점을 북한이 인정하고 남북 양측이 의견차를 두고 협상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이 협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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