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①] 현실판 ‘레디 플레이어 원’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9.22 14:01
수정 2021.09.21 10:43

한국 제페토 메타버스 플랫폼 각광

제작사도 콘텐츠 사업 다각화

연예계, 메타버스를 새 무대로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원’중)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원'에서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 분)는 가상현실 오아시스를 '뭐든지 될 수 있는 낙원'이라고 소개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2045년 현실은 빈곤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2021년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직접 코딩을 해 게임을 만들어 즐기고 판매할 수 있는 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로블록스 내의 게임 개발자 수만 약 800만 명이며, 이들이 만든 게임은 약 5000만 개에 달한다.


기존 플랫폼은 ‘완성된 세계’ 안에서 재미를 누렸다면, 메타버스의 세계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 안에 또 다른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며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로블록스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 로벅스는 게임 내 사이버머니일 뿐 아니라 현실의 돈으로도 환전할 수 있다.


코로나19 속 비대면 시대와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한 메타버스는 단순한 기술 혁신과 신업 혁명을 넘어 미래 인류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떠오르는 이슈가 됐다. 특히 메타버스 세계가 활발히 구축된 곳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국의 에픽게임즈 슈팅 서바이벌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도 지난달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글로벌적으로 포트 나이트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제페토가 강세다. 나이키, 디즈니 같은 글로벌 IP사업자들, 엔터테인먼트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출시 2년 만에 전 세계 2억 명의 사용자를 돌파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대 사용자들이 새 놀이로 활용하고 있는 걸 감안해, 연예계는 제페토에 빠르게 침투했다. 블랙핑크는 개성 넘치는 3D 아바타를 구현해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이후 다양한 의상, 아이템, 3D 월드맵을 출시했다. 제페토 내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는 전 세계 4500만 명의 유저가 모이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 브이코퍼레이션 등 시각특수효과 및 콘텐츠 전문기업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을 위해 기술 업체들과 MOU를 맺고 콘텐츠 제작과 광고 등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 중이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마인크로소프트 등 현재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세계를 눈여겨보고 있다.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매출 50억 원 이상의 메타버스 전문 기업 150곳이 육성될 것으로 전망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콘텐츠 제작지원 및 공적 기능 연계에 204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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