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코미디에 ‘서바이벌’ 입힌 KBS, 시청자 납득시킬 수 있을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9.05 14:10
수정 2021.09.04 16:51

'로드 투 개콘' 올해 하반기 론칭

방송가에 만연한 서바이벌 포맷이, 이번엔 ‘코미디’에도 적용된다. KBS가 올해 하반기 론칭 예정인 ‘로드 투 개콘’(가제) 이야기다. ‘로드 투 개콘’은 지난해 6월 종영한 ‘개그콘서트’ 이후 KBS를 포함한 지상파에서 약 1년 만에 새롭게 제작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KBS는 지난해 6월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개그콘서트’의 21년 역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1년여의 휴식기를 가진 KBS는 ‘개그콘서트’의 뒤를 이을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로드 투 개콘’을 대중에게 선보이겠단 의도다. 새 프로그램은 코미디언들이 16개의 팀을 이뤄 개그 실력을 겨루는 식이다. 최종 우승팀은 5개 라운드를 거쳐 시청자 투표로 선발되고, 방송에는 서바이벌 무대 외에 팀별 준비 과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업계 관계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기존 코미디 프로그램과 얼마만큼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코미디언들의 코너 경쟁을 다루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와 유사한 포맷으로 그려질 우려도 있다.


다수의 코미디언들은 각각의 소속사를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은 방향성과 아이템이 정확히 나온 게 아니라 판단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기존과 다른 변화 그리고 트렌디함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과 관련해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기존 ‘개그콘서트’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제작진의 권력이다.


‘개콘’ 폐지와 관련해 일부 코미디언들도 제작진과 출연진(코미디언)의 주종관계가 강화되는 것을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과한 심의가 결국 개그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개콘’에서 활약하던 코미디언들이 표현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이후 큰 이슈를 끌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KBS는 이 같은 지적들을 의식해 새로 제작될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방송에 담길 무대 내용을 제외한 무대 준비 과정 및 본 무대는 제작진의 심의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코미디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다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는 매우 반갑고, 제작진의 심의 없이 무대가 이뤄진다는 것 역시 기분 좋은 변화”라며 “무대 준비 과정이나 본 무대 등을 제작진의 심의 없이 제작한다는 건 ‘TV 송출용’과 ‘유튜브 송출용’ 영상을 따로 제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미 젊은 세대들에겐 TV보다 유튜브가 더 구독률이 높기 때문에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TV 콘텐츠로서의 흥행은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코미디 빅리그’는 시청자가 무대를 평가하는 ‘코너경쟁’을 포맷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상파로 옮겨온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될 것”이라며 “또 본 무대를 방송용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적정 수준의 심의와 제재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제작진 개입이 있다면 이전의 ‘개콘’ 때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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