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이는 중형조선사 "2023년부터 빛본다"
입력 2021.09.04 06:00
수정 2021.09.03 16:06
환경 규제 등 효과로 올 상반기 수주량 281% 급증
새 주인 찾은 한진重·케이조선, 수주 확대로 재도약 '기대감'
후판 가격 상승은 '발목'…인도 본격화되는 내년 말부터 실적 개선
환경 규제 및 물동량 증가에 따른 신조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형 선박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등으로 새 주인을 찾은 케이조선, 한진중공업 등 중형조선사들은 업황 호조에 힘입어 제 2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만 원재료인 후판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않아 이를 선박 가격에 반영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들은 당장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나 선박 인도가 본격화되는 내년 말부터는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형조선산업 2021년도 상반기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조선 수주량은 96척(199만CGT, 표준화물선환산톤수)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3% 증가했다.
이중 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총 60척(129만CGT)으로 전년 동기 보다 308.7% 늘었고, 같은 시기 중형사들의 수주량은 35척(68만CGT)으로 353.5% 급증했다.
중형조선사는 총길이 100~300m 미만급 중형선박을 주로 수주·건조하는 조선사로서 한진중공업,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이 해당된다.
선종별로 보면 벌크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수주가 늘었다. 유조선과 제품선 등을 포함한 중형 탱커의 상반기 수주량은 45척(107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139.8% 증가했다.
중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엔 수주가 전무했으나 올해 상반기엔 25척(35만CGT)을 따냈다. LPG선과 LNG선을 포함하는 중형 가스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 보다 425.6% 늘어난 20척(39만CGT)이었다.
올해 물동량 증가로 컨테이너선과 LPG선 발주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중형 컨테이너선 비중은 17.6%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 7.1% 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가스선 비중 역시 지난 5년 평균(8.0%) 보다 2배 증가한 19.8%를 나타냈다.
수주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중형조선 시장에서의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도 크게 증가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점유율은 작년 14.9%에서 올해 상반기 22.3%로 7.4%p 늘었다. 현대미포조선의 점유율은 11.1%에서 14.5%로 증가했고, 중형사들은 3.3%에서 7.6%로 올라섰다.
수주잔량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중형사들의 수주잔량은 62척(119만CGT)으로 전년 말 대비 39.2% 증가했다.
이 같은 수주 증가는 환경규제 등의 영향에 힘입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환경규제 영향에 의한 노후선 조기교체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중형 조선산업에 상당 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선조선, STX조선 등 주요 중형조선소들의 인수합병이 완료돼, 경영리스크가 완화된 점은 향후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STX조선은 8년 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사명을 '케이조선'으로 변경했다. 지난 7월 KHI-유암코 컨소시엄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 받아 케이조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한진중공업도 지난달 말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채권단과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짓고 최대주주가 됐다. 한진중공업은 중형컨테이너선과 중소형 LNG선·LPG선,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원유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상선 수주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선조선은 지난 4월 채권단 관리체제 탈피를 선언하며 11년 만에 독자경영에 나섰다. 2010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아온 대선조선은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동일철강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처럼 중형조선사들에게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되면서 경영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조선용 후판 등 철강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개선 효과는 2023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은 평균 t당 110만원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80만원 보다 30만원(37.5%)이나 오른 수치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 만큼 선가에 반영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철강재 가격이 아직까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조선업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대형조선사들에 비해 철강재 가격 협상력이 약한 중형조선사들은 더욱 큰 손실이 우려돼 단기적 영업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신조선 가격이 상승 추세이고, 이들 수주물량이 내년 말부터 2023년에 걸쳐 대량 인도될 예정"이라며 "폭등한 철강재 가격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 영업실적은 시간이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