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보건물자 지원받고…김정은 "우리식 방역 완성해야"
입력 2021.09.03 10:34
수정 2021.09.03 10:35
김정은 주재 정치국 확대회의
국토관리 및 소비품·식량 확보 논의
실무자 역할 및 책임감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자체적 국토관리'와 '우리식 방역 체계' 구축을 강조하며 소비품 증산 및 식량 확보를 주문하고 나섰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및 열병식 개최 정황이 감지된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서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재확인하며 '내부 이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3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정치국의 위임에 따라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하셨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에선 △국토관리 △방역대책 △인민 소비품 생산 증대 △식량확보 △조직문제 등이 다뤄졌다.
우선 김 총비서는 "국토 환경보호 사업은 우리 당이 해방직후부터 일관하게 강조하고 있고 최근 더욱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라며 "모든 시·군에서 자체의 힘으로 국토관리사업을 강력히 추진하여 자기 지역을 그 어떤 자연재해에도 끄떡없게,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의 핵심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대책과 관련해선 "지금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사태가 억제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위험한 형세는 국가적인 방역대책을 더욱 강화해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현 상황에서 방역강화는 순간도 방심하면 안 되는 가장 중핵적인 과업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모든 일꾼들이 높은 자각성과 헌신성을 발휘하여 인민의 생명안전과 국가의 안녕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데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꾼들이 자기 지역과 단위의 방역안전을 당과 국가 앞에 전적으로 담보하겠다는 철저한 각오와 높은 책임성을 견지"할 것을 주문하며 △방역강화에 필요한 물질·기술적 수단 확보 △방역부문 종사자들의 역량 증대 △우리식 방역체계 완성 등을 주문했다.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일부 보건물자를 받아들인 상황에서 '우리식 방역체계 완성'을 거듭 강조한 것은 최소한의 외부물자만 받아들이며 당분간 '버티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유니세프(UNICEF)는 "북한에 필요한 긴급물자의 일부분"이라면서도 "최근 몇 주 동안 북한에 일부 보건 필수품이 반입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진단검사 장비 지원과 관련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북측이 최근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할당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에 대해 양보 의사까지 밝힌 만큼, 고강도 국경봉쇄 및 주민 이동제한 조치로 요약되는 '북한식 방역'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서 재자원화(재활용) 사업을 강조하며 인민 생활소비품 생산 증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역 활성화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자급자족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농업 부문에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불리한 이상 기후현상을 이겨내며 알곡 증산을 위한 줄기찬 투쟁을 벌여왔다"며 최대한 많은 식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주요 현안을 관철하는 '방법론'에 있어선 실무자들의 역할 및 책임감을 유독 강조했다. 성과가 미진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해당 회의에서 북한 지도부를 뜻하는 '당중앙 차원'의 노력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부분은 김 총비서가 '인민 식량문제 해결에 있어 돌파구를 열기 위한 당중앙위원회적인 조치를 취할 데 대해 지시'한 것이 유일하다.
김 총비서는 이번 회의 개최 목적과 의의를 설명하며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적 과업들을 추진함에 있어서 각 도·시·군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회의 내용이 내부 이슈에 집중돼있다는 데 주목하며 향후 북한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다뤄진 현안들이 '시급한 해결과제'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은 여전히 내부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열병식 등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과도한 군사활동을 벌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 정세 관리 차원에서 필요에 따른 최소한의 군사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