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서울극장, 오늘 42년 역사 속으로…마지막은 시작의 다른 이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31 16:24
수정 2021.09.01 08:43

1958년 세기극장으로 영업시장

1978년 합동영화주식회사에서 인수

2013년 서울미래유산 선정

"추억이 될 그 시절의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갈 도전의 밑거름"

종로의 문화 중심지로 42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서울 극장이 오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31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극장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또는 서울극장의 이모저모를 눈에 담기 위해 모여있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 광경은 오늘로써 마지막이다.


서울극장은 마지막 영업을 앞두고 지난 11일부터 31일까지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 하루 200명(선착순)까지 무료로 상영하는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진행했다. 서울극장 직원에 따르면 마지막 날인 오늘은 티켓이 오픈 20분 만에 매진됐다.


오전 10시에 상영하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관람한 20대 여대생은 서울극장에서의 마지막이 아쉬운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대생은 "서울극장이 마지막 영업을 한다는 메일을 받고 오게 됐다. 평소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왔었다"라며 "사라진다는 소식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일부러 마지막 날 영화를 관람하려고 왔다"고 전했다.


30대의 여성 직장인은 "10년 전 남편과 소개팅을 한 후 서울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집에서 가까운 멀티플렉스를 이용해왔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진작에 자주 좀 찾아올 걸 그랬다"고 마지막 날 서울극장에 온 이유를 밝혔다.


20대 딸과 50대 부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50대 부부는 20대 딸에게 서울극장이 자신들에게 어떤 추억의 장소인지 설명을 하고 있었다. 20대 딸은 서울극장을 찾은 적은 없지만 자신을 있게 해준 부모님의 만남 장소인만큼 셋이 함께 오고 싶었단다. 20대 딸은 "오기 전에는 낡고 작은 극장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크고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구들끼리 발걸음한 20대 무리와 홀로 키홀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던 30대 남성, 가족, 부부 등 많은 사람들이 서울극장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극장은 지난 1958년 세기극장으로 영업을 시작해 1978년 합동영화주식회사(이하 합동영화사)에서 인수한 뒤 지금의 서울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을 해왔다. 1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1989년 3개, 1997년에는 4개를 더 추가해 7개관을 갖춘 지금의 구조를 만들었다. 서울극장은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종로를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사랑을 받았고 오랜 시간 영화관의 역사를 대변하는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CGV, 롯데시네마 등을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힘을 잃어갔다. 종로 극장을 함께 이끌었던 단성사는 2008년 문들 닫았고 피카다리 극장은 멀티플렉스 직영관으로 운영 중이다. 홀로 자리를 지킨 서울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관객수 급감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강세 등 관람 환경 변화로 점점 고립돼 갔다.


합동영화사는 서울극장의 영업을 종료하면서 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콘텐츠 투자 및 제작과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대중과 호흡해 왔던 합동 영화사의 첫 걸음은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로부터 시작된다며 "이제는 추억이 될 그 시절의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갈 도전와 변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새 시작을 예고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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