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X같아서 죽였다, 더 많이 못죽인 게 한"…당당한 전자발찌 살인범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입력 2021.08.31 14:34
수정 2021.08.31 16:42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가면서 취재진에 욕설·항의…방송용 마이크 왼발로 걷어차

6월 말 서울동부보호관찰소 직접 방문…'외출제한 조치 풀어달라' 요구했다 거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56)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하면서 취재진에 욕설을 퍼붓고 마이크를 걷어차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이동했고 오전 10시 5분쯤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했다.


검은색 상의 차림에 마스크와 회색 야구 모자를 쓴 강씨는 경찰에 연행돼 법원 출입구로 들어서면서 취재진과 마주쳤다.


기자들이 "피해 여성을 왜 살해했느냐" "금전적 문제 때문인가" 등을 묻자 강씨는 방송용 마이크를 왼발로 걷어찼다. 강씨의 발길질로 튕겨 나간 마이크는 취재진의 이마에 맞았다.


강씨는 이후에도 질문을 이어가는 취재진에 심한 욕설을 하며 "보도나 똑바로 해. XXX야"라고 말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1시 21분께 심사를 마치고 나온 강씨는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할 말 없나"라고 묻자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둘이나 죽인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사회가 X 같아서 그런 거야"라고 답했다.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느냐"라는 물음에는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 같은데"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강씨는 지난 6월 말 서울동부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 외출제한 조치를 하루에서 이틀 정도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출소한 강씨는 향후 5년간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주거지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외출제한과 피해자 접근금지 조치 등을 준수사항으로 부과받았다.


실제로 강씨는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했다. 강씨는 6월 1일 처음으로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해 1주일 뒤인 6월 7일에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외출제한은 강씨가 자택에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 지난 27일 오전 0시 14분쯤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 직원들은 강씨 집 안에 들어가보지 않고 향후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통보만 하고 그냥 돌아갔다.


강씨는 당일 오전 10시쯤 보호관찰소에 전화를 걸어 "외출제한 명령 위반을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관찰소 측은 이를 거부하고 "30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씨는 27일 오후 5시 31분쯤 노상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고, 두 번째 살인 범행을 저지른 뒤 29일 송파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한편 강씨는 복역 중 동료 수감자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골수 성향을 보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강씨와 수형 생활을 함께했다는 한 A씨는 "(수용실) '방장'의 말도 따르지 않고 대장 노릇을 하려는 스타일이었다"며 "다른 사람이 자기 의견을 안 따르면 꼬투리를 잡아 강씨의 의견대로 가긴 하지만 외톨이가 된 적이 많다"고 전했다.


또 A씨는 강씨가 복역 중 해박한 법률 지식을 과시하면서 교도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강씨는 변호사 없이 소송을 낼 정도로 법률 지식이 풍부했다고 한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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