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공소심의위가 기소 의결했지만… 조희연 기소까지 '가시밭길'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8.31 05:45
수정 2021.08.30 20:04

공소심의위, 조희연 직권남용 기소 과반 찬성…이르면 내달 초 기소 전망

검찰 불기소 결정·여권 강력 반발 가능성…조희연 '극구 부인' 모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심의위)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불법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대해 기소 의견을 의결하면서 향후 공수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는 심의위 결정을 토대로 이르면 내달 초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의 거센 비난을 받거나 검찰이 기소 결정을 뒤집는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심의위는 30일 공수처 수사팀으로부터 '조 교육감 특채의혹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종합적으로 보고 받고, 위원들 간 논의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수사 결과 요약 자료는 물론, 조 교육감 측이 제출한 사실관계 및 법리문제에 관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공수처 관계자 전원을 배제하고 위원들 간 숙의를 거쳐 의결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운영 지침은 공소심의위 결정이 구속력은 없지만 수사팀은 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수사팀은 조만간 검찰에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한 공소 제기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검찰의 결정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소제기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감에 대해서는 수사 권한만 가지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에 조 교육감 공소제기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최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공-검 갈등이 다시 불붙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출범 이후 수사력 미흡 및 정치적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수처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조 교육감 기소 추진에 대한 여권의 거센 반발도 우려된다. 지난 4월 공수처가 조 교육감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지정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은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존재 기반이 흔들린다"며 공수처를 겨냥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조 교육감 의혹을 감사·고발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면서 일부 시민단체는 공수처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조 교육감을 수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권의 반발에 맞서 공수처의 지지기반이 돼줬던 여권까지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공수처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조 교육감은 사건 입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어 공수처가 유죄 판결을 마냥 자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조 교육감 측은 지난 11일 공수처에 특별채용 혐의가 성립될 수 없는 이유를 담은 33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공수처 첫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직권남용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당연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고 강조하고 "공공기관에서 특별채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해 거시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 측은 이날 심의위 기소 의결에도 즉각 반발했다. "공소심의위가 수사검사의 일방적인 의견만 듣고 판단한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변호인과 검사가 동등하게 의견진술권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다시 공소심의위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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