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대권주자 재산공개·검증 방아쇠 당겼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08.30 14:29 수정 2021.08.30 15:27

차익 7억 기회놓친 목동아파트 비롯

부부·부모·자녀 10년간 재산 공개

"다른 분들께 요구하는 취지 아니다"

지만…타 대권주자에 압박 작용할듯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본인 부부와 부모·자녀 등 직계존비속의 지난 10년 간의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 변동 내역을 전부 공개했다. 대선 정국에서 대권주자들의 부동산 검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선제적인 공개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고 경쟁 주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원희룡 전 지사는 30일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과 배우자, 부모 및 자녀의 2011~2020년 사이의 부동산·예금·채무 등 재산 변동 흐름 전부를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추가적인 게 있다면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가 이날 공개한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 부부 사이의 재산은 서울의대 출신 소아정신과 의사인 배우자 명의로 된 게 많았다. 부동산은 원 전 지사가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2014년 매입한 제주 아라이동 소재 주택이 배우자 명의로 돼 있었다.


부모는 서귀포시 중문동에 과수원과 농가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인 딸은 부동산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원 전 지사는 "재산목록 부동산은 대부분 내 부모가 농사짓는 땅이거나 내가 제주에서 사는 집"이라며 "부부 공동재산으로 돼있기 때문에 누구 이름으로 돼있든 투명하게 공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목동 아파트다. 원희룡 전 지사는 지난 2000년부터 서울 양천갑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했다. 원 전 지사의 배우자는 지역구인 서울 목동의 아파트를 임기 도중인 2002년 3억7500만 원에 매입했다가, 원 전 지사가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뒤인 2016년 8억3000만 원에 매각했다.


지방에서 선출직에 당선되더라도 서울 아파트는 세를 놓는 식으로 계속 보유하는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관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더라도 목동 아파트를 전세를 주는 식으로 계속 보유했더라면 현재 시세는 15억 원에 달했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전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누군들 재산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게 생활에 주는 편리를 모르겠느냐"면서도 "국회의원이라든지 대통령이라든지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공직자는 임명직이나 다른 공공기관 (재직자)보다 훨씬 높은 윤리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돌아오면 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당시에는 공직자 윤리로서 당연히 처분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거기에서 놓친 재산 증식 (기회 상실) 효과는 공직을 맡아 봉사하는 것에 따르는 도리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희룡 전 지사는 자신과 배우자, 부모와 자녀의 부동산을 포함한 10년 간의 재산 변동 내역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다른 대권주자에게 뭔가를 촉구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 전 지사의 말과는 달리, 이러한 선제 공개는 다른 대권주자들에게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희룡 전 지사는 "다른 분들에게 구체적으로 뭘 제시하거나 요구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며 "국민들께서 (대권주자) 누구든 검증을 무제한으로 하시라는 도리를 다한 것일 뿐, 우리 당내 후보들이나 여당 후보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국민들께 맡기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