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만 권고 받았던 AZ 백신, 날마다 버려지고 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입력 2021.08.15 05:47
수정 2021.08.14 20:03

개봉 후 6시간 이내 소진해야 하는 점도 'AZ 잔여백신 폐기' 야기

50대 이상 미접종자 대상 적극 홍보…9주부터 2차 접종 허용도 방법

정부, 뒤늦게 희망자에 한해 30세 이상도 AZ 잔여백신 접종기회 부여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선 멀쩡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속속 폐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기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잔여백신을 조회한 결과, 수도권 병원 곳곳에서 잔여백신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AZ 백신이었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그동안 희귀 혈전증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을 우려해 50대 이상에만 AZ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해 AZ 접종 대상이 대폭 줄었다. 또 AZ 백신은 한 번 개봉하면 6시간 이내에 모두 소진해야 하는 점도 AZ 잔여백신이 폐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날마다 폐기되는 AZ 백신 수량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많은 편이고 오늘만 해도 우리 병원에 7명분이 남아있다"며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Z 백신은 한 번 뚜껑을 따면 6시간 안에 활용하라는 지침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남더라도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백신 수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멀쩡한 백신을 버릴 때면 정말 안타깝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AZ 백신은 한 번 개봉하면 6시간 이내에 11~12명을 맞혀야 한다"며 "화이자 잔여백신은 올리면 바로 예약 마감이 되지만 AZ 잔여백신은 이에 비해 훨씬 늦게 마감되고 폐기되는 수량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Z 백신 접종 연령 제한을 잔여백신이 버려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50대 미만이라도 AZ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며 "AZ 백신 접종 주기를 9~12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데이터에만 근거해 우리나라는 11주로 정했던 것인데, 기왕할 것이면 9주부터 2차 접종을 허용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이어 "50대 이상에서도 백신 접종을 망설여 지금까지 신청을 안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해 1차 접종으로 AZ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백신 폐기를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Z 백신은 50대 이상만 접종할 수 있었는데 이 연령층은 최근 화이자 또는 모더나 접종을 시작해 AZ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잔여백신 폐기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 "AZ 백신의 경우 접종 주기도 길어 50대 미만인 사람의 경우 최근 시작된 백신 예약을 통해 백신을 맞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당장은 백신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잔여백신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백신이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원래 계획한 대로 백신 접종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AZ 잔여백신을 활용해 접종할 경우 백신으로 1차 보호해야 할 시간이 10월 말이나 11월까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AZ 잔여백신 이용 연령 제한으로 폐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AZ 백신 접종 권고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유지하되 얀센 백신과 동일하게 희망자에 한해 3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도 AZ 잔여백신 접종 기회를 부여하기로 13일 결정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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