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한 대어급 IPO...중소형주만 웃었다
입력 2021.08.12 11:57
수정 2021.08.12 12:00
중소형 선전 속 롯데렌탈 기대 이하
따상도 중소형주...맥스트 ‘따상상상’
옥석가리기 심화, 성장 모멘텀 중요
대어급 공모주가 기대보다 부진한 기업공개(IPO)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중소형주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청약 흥행에 이어 상장 후에도 높은 투자 수익률을 거두는 업체들이 속출한 영향이다. IPO 대어들이 체면을 구기면서 ‘알짜’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10일 롯데렌탈·아주스틸·브레인즈컴퍼니 3개사가 동시에 일반청약을 진행했다. 이 중 중소형급인 아주스틸과 브레인즈컴퍼니의 경쟁률은 1000대 1을 넘어섰다.
컬러강판 제조업체 아주스틸의 일반청약 통합 경쟁률은 1419.7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총 22조3098억원이 모였다. 앞서 아주스틸은 수요예측에서도 177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능형 정보기술(IT) 인프라 통합관리솔루션 기업 브레인즈컴퍼니도 1190대1의 최종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 증거금은 2조2319억원을 모았다. 브레인즈컴퍼니 역시 앞선 수요예측에서 1428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반면 국내 렌터카 시장 1위인 롯데렌탈은 65.8대 1로 세 기업 중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청약 증거금은 8조4000억원이 모였다. 수요예측에선 21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5만9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오는 19일 코스피에 입성하는 롯데렌탈은 상장 후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2조1614억원에 달한다. 준대어급인 데다 3년 만에 나오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장으로 주목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중소형 공모주의 선전은 초대형 IPO인 크래프톤과 청약 일정이 겹친 원티드랩 청약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플랫폼 업체인 원티드랩은 지난 2~3일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5조5291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같은 날 청약을 실시한 크래프톤의 증거금(5조358억원)을 5000억원가량 앞섰다. 경쟁률도 원티드랩이 1731대1을 기록해 7.8대 1로 흥행에 참패한 크래프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장 후 주가 흐름에서도 중소형주의 약진이 돋보인다.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 첫날인 지난 10일 공모가 49만8000원 대비 8.84% 하락한 45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11시45분 현재 41만원에서 거래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장 첫날 상한가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이후 등락을 오가며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반면 원티드랩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11일 장 초반 ‘따상’을 기록했다. 원티드랩은 시초가 7만원 대비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9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만5000원)보다 160% 높은 수준이다. 상장 이튿날인 이날 오전에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날 코스닥에 상장한 디지털 플랫폼 업체 플래티어가 원티드랩에 이어 따상에 성공했다.
지난달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증간현실(AR) 플랫폼 기업 맥스트는 무려 ‘따상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사흘 연속 상한가)을 달성했다. 따상상상을 기록한 종목은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과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 이후 세 번째다. 현재 주가는 7만5000원선으로 공모가(1만5000원) 대비 투자 수익률이 400%를 넘어섰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신규 상장한 기업들은 대부분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기업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전방 산업의 성장 모멘텀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