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만으론 부족해" 수소로 '몸값' 높이는 현대오일뱅크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8.11 14:02
수정 2021.08.11 14:02

IPO 성공 위해 블루수소 등 친환경 사업 적극 전개

기존 정유 사업 보다 '그린 포트폴리오' 어필로 매력↑

마련된 실탄으로 '탄소중립 그린성장' 투자 지원할 듯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를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정유 사업 보다는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을 적극 어필해 기업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투자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날부터 12일 이틀간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이달 안으로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면 상장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탈탄소 패러다임에 걸맞은 기업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블루수소,친환경 소재 사업 등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존 정유 사업만으로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한 뒤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그린성장은 사업 성장에 따른 탄소 배출 증가량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감축해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적극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t을 생산·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로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 활용해 탄소배출을 제로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대기 중에 탄소가 그대로 배출되는 그레이수소 보다는 친환경성이,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어 제조단가가 비싼 그린 수소 보다는 경제성이 더 우수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와 발전용 연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이 수소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탄소는 협력사에 공급해 친환경 건축자재인 탄산칼슘과 드라이아이스, 비료 등으로 자원화할 방침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액체 탄산 제조업체인 신비오케미컬과‘액체 탄산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내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20만t을 이 신규 공장에 제품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수요처인 선도화학과도 협력을 강화해 이들 업체에 공급하는 이산화탄소 규모를 지난해 연간 9만t 수준에서 내년 상반기 최대 36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협력을 통해 수소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전량 회수,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배출저감 뿐 아니라 추가 수익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탄산가스를 공급하는 것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개발도 진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연구기관, 협력 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공장 가동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으로, 조만간 제품화할 예정이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설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메탄올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와 플라스틱, 고무, 각종 산업기자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만들어진 수소를 차량용 연료로 개질하기 위한 설비도 구축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를 차량용 연료로 개질하는 고순도 정제설비를 현재 신설 중으로, 3분기 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설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수소의 하루 정제 가능량은 3000kg으로 넥쏘 6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순도는 일반 공업용 수소 순도(99.9%) 보다 훨씬 높은 99.999%(파이브나인)를 자랑한다.


정제 수소는 특수목적법인(코하이젠)이 설립한 수소충전소와 자체 충전네트워크에 판매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최대 180개, 2040년까지 300개로 늘려 수익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를 통한 발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5월 한국남동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공동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를 생산해 공급하고, 한국남동발전은 그간 쌓아온 연료전지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합작 발전 법인에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업 검토 단계로, 2022년 첫 입찰 참여가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를 주축으로 친환경 사업을 적극 전개해 2030년까지 미래 사업 영업비중을 70%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유공장은 미래 사업 원료와 친환경 유틸리티(전기, 용수 등)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RE플랫폼’으로 전환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 85%인 정유 사업 매출 비중은 2030년까지 40%대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외에 바이오 항공유 등 화이트 바이오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 11월 가동되는 HPC 공장에선 범용 석유화학 제품 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소재와 배터리 분리막 소재 등 친환경 제품까지 생산하게 돼 친환경 화학·소재기업,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이 같은 '그린 포트폴리오'를 적극 활용해 기업 가치를 높여 실탄을 마련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진단한다. 투자은행(IB)에서 추정하는 현대오일뱅크 몸값은 약 8조원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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