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㊻] chAN's,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작곡가, 이젠 아티스트의 아티스트를 향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7.20 08:43
수정 2021.07.20 11:16

트랙 메이커로 활동 중

펜타곤, 픽시, 원슈타인 등과 작업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다룬 찬스(ChAN's)는 피아니스트 외 다른 꿈을 꿔 본 적 없는 소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이 대중가요 작곡가가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기에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고, 금방 재미를 느껴 실용음악과까지 진학하게 됐고, 자연스레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예명은 자신의 본명인 하지찬의 마지막 글자와 함께 '기회'라는 찬스(Chance)의 의미이다. 또 한 가지 숨은 의미는 평소 안테나 뮤직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AN'을 대문 자료 표기한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재즈를 좋아해 영화 '라라랜드'이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오픈한 바 seb's의 표기를 참고했다. 이름에 재즈 음악과 발라드 두 장르가 담겼지만. 두 가지 장르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반전으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힙합이었다. 찬스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작곡한 트랙을 들어보면 소화하는 장르의 폭이 넓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중음악을 시작 한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실용음악학과에 가서 영화, 오케스트라, EDM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했어요. 많은 음악을 배우다 보니 뭘 해야 할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전 정말 모든 음악이 다 좋았거든요. 그러다 대중음악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깊게 팠어요."


그의 데뷔는 2020년 발표한 마우스 마이티의 '우'(WOO)다. 프로듀서 강바울의 눈에 들어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펜타곤의 펜타곤의 '10초 전', '노래해' 픽시의 '더 문'(The moon), '날개'(wings), 뱀뱀의 '판도라'(Pandora), 원슈타인의 '불구덩이 JAM' 등의 노래를 작곡했다. 8월과 9월에도 찬스의 곡이 인기 아이돌 그룹 앨범에 실린다.


그는 피아노를 무기로 트랙 메이커로 활동 중이다. 탑 라인과 작사는 곡마다 다른 작곡, 작사가들과 분업한다. 작업을 할 땐 현란한 기술보다 독특한 생각을 음악에 녹여 다른 곡들과 차별성을 주려 한다. 대중가요 작곡가를 직업으로 삼아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하지만, 제일 만족시키기 힘든 것은 자신이다.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첫 번째입니다. 유명한 곡을 만들었는데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에 들면서도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려고 해요. 정말 쉽지는 않은데 너무 일로만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찬스는 현재 작곡가 이어어택과 함께 새로운 곡을 준비 중이다. 방탄소년단의 '쩔어', 갓세븐의 '하드캐리', 있지의 '마피아'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어어택과의 인연은 찬스의 막연함이 연결시켜줬다.


"대중음악을 하고는 싶고, 데뷔는 못하고 있을 때 여러 작곡가분들에게 인스타그램으로 DM으로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보냈었어요. 이어어택 형은 그중 한 분이셨고요. 그렇게 소통을 하다가 지금은 작업실까지 함께 쓰게 해주셨어요. 운이 좋았죠. 이어어택 형과 함께한 곡이 8월과 9월에 나와요. 너무 기대가 돼요."


인스타그램 DM으로 만든 특별한 인연이 또 있다. 엠넷 '쇼미더머니9'로 이름을 알리고 현재 MSG워너비로 활동 중인 원슈타인이다.


"원슈타인 형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어요. '쇼미더머니9'에 나오기 전 지원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장난 식으로 싱잉랩을 하는데 피치가 어긋나지 않고 톤이 돋보여서 완전히 빠져들었죠. 그래서 제가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내고 봐달라고 DM을 보냈어요. 그때 원슈타인 형이 음악이 너무 좋지만, 준비하는 게 있어서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쇼미더머니9'였어요. 이후에 또 새로 쓴 비트를 보내고 작업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그 비트가 '쇼미더머니9' 원슈타인 형이 2차 경연에서 선보인 '불구덩이 JAM'입니다. 나중에 정말 정식으로 꼭 원슈타인 형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수백 개의 트랙을 만들다 보니 음악은 이제 일보다는 '제2의 하지찬'이라고 느껴진다. 애틋하고 뜻깊지만 하기 싫어서 쳐다보기도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음악이 곧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멈추지 않고 계속 만든다. 과거에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자신의 색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강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카멜레온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섭렵해보고 싶어요. 음악적 취향이 자주 바뀌는데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찬스의 목표는 대중음악과 힙합에서 최고의 작곡가가 되는 것이다. 갈 길은 멀다고 느끼지만 즐거운 과정이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여러 장르를 잘하는 작곡가가 돼 아티스트의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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