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지구망’ 김정식·권익준 PD, 넷플릭스 통해 꿈꾼 시트콤 부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7.09 08:25
수정 2021.07.10 20:45

“우울한 시기인 만큼 웃음 주려고 노력”

“매체마다 전략적인 고민 필요…시트콤도 살아나길”

김정식, 권익준 PD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를 통해 오랜만에 청춘 시트콤을 선보였다. 큰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대한 믿음만큼은 확고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구망’은 오늘도 정답 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아낸 청춘 시트콤이다.


지난 2013년 ‘감자별 2013QR3’ 이후 처음 청춘 시트콤이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논스톱4’를 연출한 권익준 PD와 ‘하이킥’ 시리즈 조연출, ‘감자별 2013QR3’ 연출을 맡은 김정식 PD가 의기투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관심은 더욱 커졌다. PD들 역시 대중들의 기대를 실감하며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트콤의 본질인 ‘즐거움’ 전달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부담을 가진다고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열심히 만들었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신 것도 그렇고, 제작을 하겠다고 투자를 해주신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꾸준히 기대를 모으는 건 장르가 가진 사회적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짧은 시간, 쉬게 해 주는, 잠깐의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권익준 PD)


처음부터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헬조선’을 외치는 한국 청년들과 반대로 K-문화에 열광하는 해외 청년들의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낀 권익준 PD는 ‘논스톱4’ 이후의 청춘들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해외 근무를 하다가 귀국을 했는데, 그때 한국사회를 보며 느낀 게 있다. 우선은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졌더라.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즐기러 온 것을 봤다. 그 당시인 2017년에는 ‘집포세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어했었다. 북유럽에 가서 힐링, 욜로의 삶을 살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외국 분들은 이곳을 찾아오는데 한국 청년들은 떠나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이런 게 과연 뭘까 싶더라. 이 시기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면 어떨까 싶었다.”(권익준 PD)


그렇다고 그들의 고민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권익준 PD와 김정식 PD 모두 시트콤은 ‘즐거워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의 고민이 클수록 재미를 줄 수 있는 단순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젊은층이 시트콤을 소비할 때 기대하는 부분은 동경과 공감 두 가지다. ‘논스톱’ 시청자들은 대학 가면 그렇게 살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는 말을 하시더라. 고등학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보셨다는 것이 아닌가. 동경이 약간의 위로가 됐을 것이다. 청춘 시트콤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면이 필요한 것 같다. 코로나19, 취업난 때문에 답답한데 잠깐 쉴 수 있는 콘텐츠가 됐으면 한다.”(권익준 PD)


“우울한 시기인 만큼 즐거웠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김정식 PD)


다만 국제학교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지구망’이 다수의 외국인 출연진들은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의도하지 않은 차별을 하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방송이 됐기에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 모두가 즐겨야 하는 시트콤에서 혹시라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지 세심한 부분까지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작품을 만들어갔다.


“한국이 글로벌 문제에는 둔감한 부분도 있다. 우리 사회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쉬운 게 아니었다. 무의식적 편견이 심하기도 하다. 그게 편견이라는 걸 깨닫기만 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작품에서는 그런 편견, 차별 없는 판타지 세상을 주장하려고 했다.”(권익준 PD)


OTT를 비롯해 채널도 다양해진 만큼, 시트콤을 비롯한 비인기 장르들도 다시 주목받기를 바라는 희망도 있었다. 제작 환경이 변하면서 방송가에서는 긴 호흡의 시트콤 제작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지구망’이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처럼 또 다른 시도들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OTT가 많이 생기면서 드라마도 많이 늘었다. 매체마다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떤 타겟을 잡을지 다들 고심을 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정리가 되면 시트콤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것 같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드라마 시장보다 틈새를 노릴 수도 있다. 한번 잘되면 시리즈로 계속 갈 수도 있다. 지금은 성장 단계에서 아직 정립이 안 된 것 같지만, 정리가 되면 시트콤도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권익준 PD)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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