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저격한 추미애' '깜짝 2등 최문순'…與 국민면접 이모저모
입력 2021.07.05 02:01
수정 2021.07.04 23:04
경선 흥행 위해 야심차게 진행한 '국민 면접' 2탄
추미애 '설전' 박용진 '일침' 최문순·이광재 '약진'
독한 면접관 김해영, 유력 주자들에 돌직구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4일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야심 차게 진행한 '국민 면접' 시리즈 2탄은 군소 주자들의 약진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9명의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참여했으며 '국민 면접' 결과 1위는 이낙연 전 대표, 2위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3위는 이광재 의원이 차지했다. 최 지사와 이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대 지지를 받고 있다. 그 밖에 면접관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민주당에 일침을 가한 박용진 의원도 눈길을 끌었다.
박용진, '멋있는 말' 대신 '따끔한 인사말'
이날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면접에서 박용진 의원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사회자 한준호 의원의 요청에 "멋있는 인사말을 준비했는데 다른 말을 드리겠다"며 "여기 와서 약간 실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송영길 대표는 연단에 올라와서 인사하셨는데, 너무 고생하고 계신 이상민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님은 연단 아래서 인사해야 했다"며 "경사로가 없어서 그렇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평소 휠체어를 탄다.
박 의원은 "이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경사로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어떻게 약자를 보호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말하겠느냐"며 "다시는 이런 착오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후보들도 그런 자세로 가겠다"며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연대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에 사회를 맡은 한 의원은 "감사하다. 말씀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블라인드'인 듯 아닌 듯
국민면접 '1부'에서는 10대부터 60대로 구성된 200명의 국민 면접관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후보를 평가했다. 후보들은 칸막이로 가려진 별도의 방에서 면접관의 질문에 답을 하고,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음성을 변조했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답변 내용과 억양, 말투 등을 통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3번 방에 있던 후보는 '부동산 해법'을 묻는 질문에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고 투자용 다주택에 대해서는 거래제한, 조세부담, 금융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기본소득, 장기 공공 임대 평생 주택 등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답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6번 방에 있던 후보 역시 '청년 문제'를 '충남형 더 행복한 주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파해 양승조 충남도지사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독한 면접관' 김해영에 후보들 '진땀'
2부에서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 천관율 전 시사인 기자,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교수 등 세 명의 전문 면접관이 압박 면접을 진행했다. 특히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으로 당내 소신파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를 향해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논란이 많다'는 돌직구를 던졌다. 이에 이 지사는 "형수 욕설 문제는 여러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제 인격의 부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과드린다"고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다만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논란에 대해서는 "그 얘기는 제가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 정도로 그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국무총리로 계실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께 찬반 중 어떤 의견을 냈느냐',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로서 부동산 정책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따가운 질문을 던졌다. 이 전 대표는 조 전 장관 임명과 관련해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양심이 없는 것"이라며 "수요 변화를 예측하지 못해 뼈아프다"고 시인했다.
추미애 "나는 안중근, 김해영은 일본 형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면접관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김 전 최고위원은 추 전 장관에게 "면접자로서 면접관에 대한 불만 사항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김 전 최고위원이 면접관으로 섭외된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글에서 "의사 안중근을 일본 형사에게 검증과 평가를 하라고 하면 테러리스트라고 할 것"이라며 자신을 안중근 의사에, 김 전 최고위원을 일본 형사에 비유했다.
김 전 최고위원의 말에 추 전 장관은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속만 민주당, 무늬만 민주당이 아니라, 정체성·역사성에서 민주당이어야 된다"고 답했다. 이는 김 전 최고위원을 향해 '무늬만 민주당'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 정도 듣겠다"고 말을 끊으면서 "국민 면접의 취지는 당내 비판적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집중 질문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을 살펴보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후보는 본인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일본 형사에 비유했다"며 "이런 태도는 나만이 선이고 다른 사람은 악이라는 평소의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은 "그렇지 않다"면서 "(3일 페이스북 글) 전체 맥락을 보면 민주당이 촛불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각오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추 후보의 태도는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다시 지적했고, 추 전 장관은 "친일 청산이 국민통합을 저해한다고 민주당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 통합은 정의, 공정, 법치에 입각해 통합해야 진정한 통합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러려고 나라를 세우고 민주주의에 열정을 바쳤나, 피를 흘렸나, 오히려 분열과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군소주자 강세…2위 최문순, 3위 이광재
이날 1부와 2부의 국민 면접 점수를 합산한 결과 1위는 이낙연 전 대표, 2위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3위는 이광재 의원이 각각 차지했다. 이 전 대표는 순위 발표 후 "얼떨떨하다. 감사하다. 잘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특히 2위와 3위를 기록한 최 지사와 이 의원은 지지율이 1%대 남짓으로 예비 경선 통과가 불확실한 군소후보라 '이변'으로 여겨졌다.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오직 실력과 비전으로 평가한다는 국민 면접의 취지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위를 차지한 세 주자들에게는 오는 7일 프레젠테이션 형식인 '정책 언팩쇼' 발표에서 순번을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