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유로2020발 1991명’ 스가 보고 있나
입력 2021.07.02 13:48
수정 2021.07.02 13:57
유로2020 원정 응원으로 스코틀랜드 비롯 유럽 확진자 폭증
대규모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코로나19 대확산 진원지 우려 현실
도쿄 코로나19 상황도 악화...무관중 전환 신속 결정해야
대규모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코로나19 대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유럽 11개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유로2020)’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보건 당국은 “지금까지 유로2020과 관련된 스코틀랜드의 확진자는 1991명”이라고 발표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유로2020 개최 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달 18일 영국 런던서 펼쳐진 ‘유로2020’ 잉글랜드-스코틀랜드전 원정 응원에 나섰던 수만 명 중 129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직관’한 관중 397명이 포함된 수치다.
당시 스코틀랜드 팬들은 경기장에 2600여 명 입장했다. 그 중 6분의 1가량이 확진된 셈이다. 무서운 전파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장 안에서의 상황 자체도 문제지만, 대형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찾는 인파와 사람들로 붐비는 술집 등 실내에서의 응원은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영국 정부도 오는 3일 이탈리아서 열리는 유로2020 8강 잉글랜드-우크라이나전 원정 응원 자제를 당부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축구팬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원정 응원에 나선다면,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유로2020이 슈퍼 전파 이벤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경기장당 수용 인원의 50% 범위에서 최대 1만 명까지 국내 관람객 입장 허용) 입장을 고수하는 스가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멀리 런던까지 볼 필요도 없다. 도쿄 지역에서 전날 67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신규 감염자 기준으로는 긴급사태 상황에 놓였다. 현재 감염 확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림픽이 한창 펼쳐지고 있을 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관중 개최를 요구하는 여론이 식지 않는 가운데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사이타마, 지바현 등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수도권 2개 지역의 광역단체장도 야간 유동 인구 증가를 우려해 오후 9시 이후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열어 달라고 대회 조직위에 요청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현지 시간으로 개·폐회식과 18개 종목의 경기가 오후 9시 이후까지 이어진다.
개최도 무리인데 유관중 체제를 고집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방역 기조에 역행하는 짓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1일 “긴급사태 재선포 상황이면 무관중으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혀왔다. 정부와 조직위 등의 5자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유관중 상태에서 긴급사태를 재선포하는 것은 너무 늦다. 유로2020 상황만 파악하더라도 신속하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올림픽을 도구로 삼은 정치적 계산 때문에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가치를 건강과 안전보다 우위에 놓는다면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를 비롯한 IOC 관계자들이 올림픽의 취지와 숭고한 정신, 그리고 진정한 가치를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