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정치' 피로감 의식했나…윤석열 공개행보 나선 까닭
입력 2021.06.09 11:14
수정 2021.06.09 11:20
4.7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후 첫 공개일정 잡아
연이은 보훈‧안보 행보 속 '정치 메시지' 주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며 긴 잠행을 깼다. 윤 전 총장이 공개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일정 이후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이 외부에 일정을 알리며 공개행보를 결정한 데에는 제3자를 통한 '전언정치'에 따른 대중적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할지 여부나 참모진 구성 등을 둘러싼 각종 설(說)만 무성한 상황이다.
최근엔 윤 전 총장이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는 발언이 전해지며 국민의힘 입당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나 다시 측근을 통해 "정해진 바 없다"고 부인하는 등 메시지 혼선도 가중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황을 계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등 정치적 입장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는데 마냥 침묵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윤 전 총장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실상부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데 자칫 '자신감이 없나', '뚜렷한 소신이 없는건가'라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젠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제3자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현재의 소통 방식은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당당하게 직접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당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너무 숨어서 간 보기를 한다"며 "간 보기 그만하고 이젠 뛰어들어야 한다"고 공개행보를 재촉했다.
'피로감' 지적에 '메시지혼선' 우려 커지자 공개등판
"자칫 준비 안 된 모습으로 비칠 우려"도 작용한 듯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고 시민들과 스킨십을 넓히는 등 사실상 정치행보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연일 관련된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주변을 통한 '전언 형태'의 메시지가 정치적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여권 인사들은 "준비 안된 후보'로 낙인을 찍으며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저격수로 나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후보로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입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국말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국가경영을 하겠다고 했으면 본인이 직접 육성으로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주최로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리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을 찾는다. 윤 전 총장은 이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이종걸 전 의원 일행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다.
윤 전 총장이 이날 행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이은 보훈‧안보 행보 자체가 뚜렷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엔 대선을 위한 '정치적 행선지'를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