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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블러핑에도 윤석열은 포커페이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6.08 00:11
수정 2021.06.08 00:13

金 "별의 순간 왔다"→"별로 관심 없다"…尹 향한 기대감 접어

'코치 아닌 상전' 스타일 맞지 않은 듯…野 "관계정리 필요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와 킹메이커 사이의 궁합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을 추켜세우던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별로 관심이 없다",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없다"며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이 냉온탕을 오가는 전략으로 러브콜 보냈지만, 윤 전 총장의 화답 없자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윤 전 총장과의 만남과 관련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고 말했다. 최근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만난 자리에선 "수사 같은 한 분야만 했지, 다른 분야를 잘 하겠느냐"고 했다.


지난 4월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이후 잇따른 언론인터뷰를 통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공개구애를 해온 상황에 비해 180도 달라진 뉘앙스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김 전 위원장의 구애전술은 외교전략에 비견된다. 불확실성을 높여서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블러핑(허풍‧엄포)'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위한 대권 시나리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앙 마르슈'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지난달부터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한 손짓을 멈추고,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대안 후보로 띄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제3후보를 지렛대 삼아 윤 전 총장을 움직여 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꿈쩍 않는 윤석열에 또 다시 자존심 구긴 김종인
'검사 불가론' 폈다가 '그런뜻 아냐' 서둘러 수습


윤 전 총장이 수차례 선거에서 입증된 '1타강사'의 도움을 마다한 채 독자행보를 걷는 배경에는 향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제1야당 시스템을 활용하면 굳이 그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선거에 나선 후보자를 지도하는 코치 역할 보다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투영시키는 구단주에 가까운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도 윤 전 총장이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과거 김 전 위원장과 활동했던 여권 관계자는 "킹메이커라고 하지만, 킹에 가까운 분"이라며 "윤 전 총장도 이분과 손을 잡는 순간부터 상전으로 모셔야하고, 모든 사안에 휘둘린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쩍 않는 윤 전 총장 앞에 급해진 쪽은 김 전 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에게 적용하는 특별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정정했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직전 검사출신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유일한데도 자신이 언급한 '검사 출신 대통령 불가론' 발언이 윤 전 총장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밀당(밀고당기기)'을 하는데 너무 세게 밀었다고 보고 서둘러 수습한 것"이라며 "자존심까지 접어가며 상당히 급한 것 같다. 대안은 윤석열뿐인데 그가 오지 않는다는 조급함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교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언젠가는 마주쳐야할 운명인데 서로 감정이 어긋나지 않게 관계를 조율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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