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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 동맹' 방카슈랑스 열풍의 명암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6.08 06:00
수정 2021.06.07 10:45

지난해 폭발적 성장 이어 올해도 쾌속질주

양측 이해관계 맞물려 판매 실적 드라이브

소비자보다 금융사 위한 상품 쏠림 우려도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실적이 지난해에 폭발적으로 성장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에 묶인 사모펀드를 대신할 새 금융상품을 찾던 은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인 설계사를 대체할 영업 활로를 모색하던 생보사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은행과 보험사가 각자의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비자보다 금융사 실적에 치중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자칫 불완전판매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1조36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539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이어 NH농협생명의 해당 액수가 11% 늘어난 2473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푸본현대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1926억원으로 407.9% 급증하며 3위를 차지했다.


생보업계의 방카슈랑스 채널은 지난해 이미 몸집을 크게 불린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6조1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나 증가했다.


최근의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는 은행과 보험사 양측의 요구가 모두 반영된 결과다. 우선 보험사는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주요 판매 채널인 설계사들의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해지자, 코로나19 속에서도 항상 문을 열고 고객을 맞이해 온 은행 창구를 통한 영업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사들이 설계사를 통해 벌어들인 초회보험료는 9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다. 감소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같은 기간 생보업계 모든 판매채널의 초회보험료 총액이 7조6858억원으로 31.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새로운 금융 상품 판매가 절실해진 은행들의 사정도 방카슈랑스가 힘을 받고 있는 핵심 요인이다. 2019년부터 계속된 펀드 손실 사태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로 인해 수수료 수익 축소가 불가피해지자 이를 메꾸기 위한 방편으로 방카슈랑스가 부각되는 형국이다.


◆"판매 회전률 높이기 전략, 고객 불만 불씨될라"


문제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되는 보험 상품의 성격이다. 방카슈랑스의 중심 상품은 역시 저축성 보험이다. 은행으로서는 상품 구조가 복잡한 보장성보다는 저축성 보험이 판매하기도 쉽고, 보험금액도 높아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성향을 고려해도 저축성 보험이 영업에 편리하다.


그런데 은행들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이른바 회전율을 높여야 더 많은 수수료를 거둘 수 있다. 판매 수수료는 가입 때마다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이런 측면에서 적절한 상품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축성 보험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해서다. 금융상품 수수료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에 접근하는 은행의 방식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적인 장기 금융상품인 보험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오랜 계약 유지가 필수적인데, 이와 반대로 기간이 짧은 보험을 판매하려는 방카슈랑스의 특성은 고객 불만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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