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이해진 창업자가 '갑질 임원' 문제 묵살” 진상규명 촉구
입력 2021.06.07 10:38
수정 2021.06.07 11:16
이해진·한성숙 포함 회의서 지적했으나 ‘원론적 답변’
진상규명·재발방지 촉구…“재발방지 대책위 꾸려야”
최근 벌어진 네이버 본사 직원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이를 방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은 “A씨가 상급자인 임원 B씨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내 신고채널을 이용해 B씨를 신고했음에도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GIO와 함께한 자리에서 B씨의 임원 발탁 과정에 대해 질의했으나 경영진과 인사위원회가 검증한다는 인사 담당 임원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올해 3월 4일 오후 1시 이 GIO와 한성숙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회의에서 임원 B씨를 시사하며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전 회사에서 벌인 비위사실과 네이버 퇴사 사유, 네비게이션 총괄로서 자질부족, 구성원들이 단체로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을 경영진에게 제출했음에도 책임리더로 승진하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하지만 인사담당 임원 D씨는 책임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임원 B씨가 업무지휘·평가·연봉·인센티브·스톡옵션·보직 등의 권한을 이용해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오 지회장은 “B씨가 리더로 입사한 직후 해당 조직의 직원들이 경영진 C씨에게 문제를 제기했을 때 C씨는 이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몇 달 후 해당 조직의 조직장들이 C씨를 찾아가 B씨와 일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이를 묵살했고, B씨는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로도 해당 조직에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퇴사자 면담을 하며 C씨와 B씨 때문에 퇴사를 한다고 밝혔음에도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따라서 직접적인 가해를 한 B씨와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던 C씨는 이 일에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오 지회장은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하며 다시 고인의 생전 행적을 되짚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며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 지시 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사측이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더라면 우리가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기획을 하고 개발을 하고 운영을 하는, 그 직무를 맡은 노동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며 “사람보다 서비스가 중요한가. 사람보다 회사가 중요한가. 무엇이 사람보다 중요한 건지 우리 모두에게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먼저 회사가 자체 진상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노조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수사권한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도 요청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회사가 노조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위를 꾸릴 것을 요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전 계열사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이 없는지 살피는 실태조사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이 드러난 자에 대한 엄중 처벌도 요구했다. 노조는 “이 일에 책임 있는 자가 주요 경영진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사회에서 악습으로 반복되었던 ‘회사에 기여한 바가 커서’ 정상 참작을 하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소위 ‘꼬리자르기’를 해선 절대 안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경영진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고인의 죽음에 사측의 책임을 피할 순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