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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i티타임] 네이버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당부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6.01 07:00
수정 2021.06.01 06:02

사무실 재해 철저히 규명해 ‘상처’ 치유하는 과정으로

시스템 문제 인식하고 재발방지 노력하는 사회로 가길

ⓒ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에 근무하던 40대 직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서는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기도 전에 남겨진 자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와 달리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죽음과 업무 연관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가해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다루는 것은 더욱 민감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요구될 터다.


네이버의 대응은 일단 신속했다. 하지만 명확하고 세심하기까지 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부고가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당일 한성숙 대표는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외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이번 일로 상심이 클 구성원을 위한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자체 조사로 문제를 축소할 가능성도 차단했다. 네이버는 이 사건 조사를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 관리위원회’에 맡겨 진행한다. 위원회는 외부 노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심층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은 회사에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고인에 대한 사내 모든 데이터를 보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기록과 업무지시 등에 대한 사내망 데이터는 향후 진행될 조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던 간에 이 같은 과정은 조그마한 티끌로도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상처를 잘 치료해 흉터만 남길지, 시기를 놓치고 잘못된 약을 발라 곪아 터진 상처를 도려내게 될지는 회사에 달렸다.


이제 회사가 아닌 사회에 당부하고자 한다.


A씨를 향해 “그런 선택을 하지 말고 회사를 그만두지 그랬냐” “안타깝지만 멘탈이 약해 본인이 버티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린다.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마주한 듯 섬뜩하고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본 듯 심장이 내려앉는다.


마치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왜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왜 평소에 격투기를 배워놓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것 같다. 댓글을 마주할 유족을 떠올리면서 ‘차라리 부고 기사에 모든 댓글이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4월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567건이지만, 이 중 노동청에 신고된 사례는 174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신고 건수 가운데 30% 이상(55건)은 신고를 이유로 직장에서 불이익 조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난의 화살을 고인에게 돌리지 않기를 당부한다.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닌 불완전한 사회적 시스템에 의한 희생임을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기를. 참고 버티는 것을 미덕이라 강요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일하는 모습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기를.


A씨 작고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 전반에 이러한 인식이 싹트길 바라며 해당 글의 일부를 인용해 마친다.


“사우 여러분 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 챙기세요. 동료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신경 써 주세요. 부당하거나 과도한 업무에 수긍하지 마세요. 동료가 당하고 있다면 남 일이라고 넘기지 말고 함께 연대합시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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