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 서울시의회, 오세훈 조직개편안에 '박원순 흔적 지우기' 반발
입력 2021.06.04 12:59
수정 2021.06.04 13:16
서울시의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오세훈 인사와 조직에 노골적 불만 표출
서울시 "조직개편부터 발목? 일하지 말라는 얘기"…하반기 정기 인사도 상당히 미뤄질 듯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첫 조직개편안 처리를 놓고 서울시와 대립하고 있다. 오 시장과 협치를 강조해 온 서울시의회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통폐합 등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지우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서울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시가 지난 17일 제출한 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안과 행정기구 설치 조례·시행규칙 개정안에 최근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개정안은 주택건축본부를 주택정책실로 격상하는 한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주요 사업을 담당한 서울민주주의위원회와 도시재생실을 폐지하고, 노동민생정책관은 공정상생정책관으로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민주주의위원회 폐지와 노동민생정책관 명칭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소속 한 3선 시의원은 개편안을 "박원순 흔적 지우기"로 규정하며 "민주주의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왕조 국가에서도 '민심이 천심'이라며 내용상으로는 민주주의를 얘기했지만, 형식적 민주주의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집행부에서는 서울시의회가 본격적 업무를 위한 조직개편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오는 7일 회의를 열어 시의 조직개편안을 심의하고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통상 조직개편은 업무를 수행하는 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정안이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조직개편안 수정은 결국 일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 집행부는 민주주의위원회 폐지가 조직 변화일 뿐 내년 관련 예산을 확대해 민주주의를 내용 측면에서 강화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다른 관계자는 "저희가 (민주주의 제도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잘 되는 부분을 살리면서 그간 지적된 부분을 수정하겠다는 것인데 몇몇 의원분들이 계속 고집한다면 그런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이 구상한 인사와 조직개편이 예정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당초 지난달 27일에도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조직개편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시의 조직개편안 처리가 연기되면서 하반기 정기 인사 역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달 10일 정례회에서 조직개편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110석 중 101석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