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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백신협력, 대북 백신지원 포석?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5.31 03:11
수정 2021.05.30 22:24

정의용, 韓美 정상회담서 '北 백신지원'

논의 여부 묻자 긍정도 부정도 안해

'개도국 지원' 명분으로 北에 손내밀 듯

"글로벌 백신공급 동참 입장 밝힐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코로나19 백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이 조만간 글로벌 백신 공급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북협력 지지 의사를 밝힌 데다 한국이 미국산 백신 위탁생산까지 진행키로 한 만큼,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백신지원 구상이 올 가을께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협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남북협력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정확하게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날 통일부가 국회 외통위에 보고한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는 남북연락 채널 복원을 통해 대화를 재개하고 방역·쌀·비료 등과 관련한 포괄적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을 촉진키로 약속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백신지원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에 어떻게 관여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대북 백신지원 논의를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겠다'는 이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긍정도 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는 그간 민감한 국내 여론을 감안해 '여건 조성'을 전제로 한 대북 백신지원 가능성을 피력해왔다.


앞서 이인영 장관은 국내 백신물량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족할 때 나누는 것이 진짜 나누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 인구 2배 수준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힌 점, 국내 집단면역 달성 시기를 9월로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올가을께 대북 백신지원 구상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본질 이슈'로 일축한 바 있어, 남북 '양자적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 공조·기여 차원'에서 대북 백신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이 국가 차원에서 제안하는 인도적 지원은 거듭 거부하면서도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와는 협력하고 있는 만큼, 유사한 접근법을 통해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정한 여력이 있을 때 북한을 비롯한 백신 부족국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관련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조만간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지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힐 전망이다.


정 장관은 "우리나라도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특히 개도국을 위한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우리 정부가 글로벌 차원에서의 백신 공급 노력에 동참하는 발표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화이자 코로나 19 백신을 손에 들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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