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개 편의점이 빵집으로..."출점규제 의미 없어"
입력 2021.05.31 07:03
수정 2021.05.31 13:13
간식에서 한 끼 식사로 위상 높아져…편의점 3사 프리미엄 빵 시장 출사표
“규제만으로는 동네빵집 보호 어려워…자생력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최근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편의점업계가 프리미엄 빵 시장에 잇달아 출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빵이 간식에서 한 끼 식사로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전국 5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들이 프리미엄 빵 시장에 나서면서 그간 시장을 견인해온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은 고민이 더 깊어졌다. 규제에 묶여 신규출점 등 제한이 걸린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탓이다.
편의점 CU는 지난 27일 자체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을 론칭했다.
밀가루부터 버터, 생크림까지 모두 프랑스산 원재료가 사용하고 바게트 등 일부 제품은 직접 프랑스산 생지를 직수입하는 등 전문점 수준의 퀄리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평균 2000원 미만으로 책정했다.
일명 봉지빵이라고 불리는 양산빵 대비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CU에 앞서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다움(Brea;daum)'을 론칭했고, GS25는 올 1월 프리미엄 PB 빵 '브레디크(BREADIQUE)'를 출시한 바 있다.
편의점업계가 잇따라 프리미엄 빵 시장에 진출한 것은 그만큼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서 간단히 빵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빵이 기존 간식의 개념에서 이제는 어엿한 식사 메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했다.
CU의 지난해 입지별 빵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주택가에 위치한 점포에서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이 23.0%로 전체 신장률 10.2%를 2배 넘게 상회했다. 반면, 간식용 구매가 높았던 대학, 오피스, 산업지대 인근 점포에서는 오히려 14.4%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빵 시장 확대에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은 정부 규제 탓에 신규 출점 등 사업 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전년 매장 수의 2% 이내에서만 신규출점이 가능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2018년 3412개에서 2019년 3422개로 10개 늘었고, 같은 기간 뚜레쥬르는 1335개에서 1291개로 오히려 44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지만 규제에 묶여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전국 5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까지 시장에 진출한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 규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골목상권이나 동네빵집 보호를 위해 규제를 시작했지만 규제 대상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매장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의점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업계 대표적인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국내 매장은 5000곳이 채 되지 않는 반면 CU나 GS25는 각 매장 수만 1만4000곳이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에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베이커리 브랜드가 빠르게 늘었는데 최근에는 5만 곳에 달하는 편의점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인데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신규 출점을 제한한다고 동네빵집 매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빵을 팔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규제 대신 동네빵집의 경쟁력을 높여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