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올림픽 가치 갉아먹는 IOC·스가 정권의 계산기
입력 2021.05.29 07:01
수정 2021.05.29 20:12
일본, 코로나19 급증세로 도쿄올림픽 앞두고 세 번째 긴급사태 발령
새로운 변이 코로나19 근원지 우려 듣고도 취소 검토 없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우선하는 스가 정권·IOC 태도로 올림픽 의미 퇴색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00명대로 급증하자 28일 세 번째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 긴급사태를 연장, 스가 히데요시 총리를 향한 일본 내 도쿄올림픽 취소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개최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고, 자민당 일각에서도 개최에 회의적인 기류가 흐른다. 기업인과 의료인 단체는 물론 올림픽 후원사 일본 아사히신문까지 취소를 촉구했다.
지난달 수도권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감염 대책에 만전을 기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던 스가 총리도 당시 보다는 톤이 낮아졌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결정권은 IOC에 있다"며 권한과 책임을 IOC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했다.
도쿄올림픽을 경기 침체와 3.11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취소했을 때 경제손실을 1조8108억 엔(약 18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만 봐도 일본 정부의 부담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학자들은 올림픽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의 경제적 손실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근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긴급사태를 발령한 현 시점에서 200여 국가에서 1만5000명 이상의 선수단이 모이는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 취소를 먼저 제안할 경우, IOC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먼저 취소를 공식화하는 쪽이 더 큰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쿄올림픽 취소 여론이 높아질수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쿄올림픽을 위해서는 (일본 국민들의)희생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고, 27일 딕 파운드 IOC 위원은 "만약 일본 총리가 취소를 요청해도 올림픽은 개최된다.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권위적이면서도 독선적인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IOC가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올림픽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IOC는 미국 NBC 방송과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120억3000만 달러(약 13조4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만 14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IOC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
IOC와 일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도쿄올림픽의 취소 여부가 결정되는 것에 대해 세계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스가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혈세’로 충당하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IOC도 개최국 국민들의 정서와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권위적이면서도 독선적인 발언만 내뱉고 있다. 개최 후의 파장은 뒷전으로 밀어둔 듯하다.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 타이틀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도 묵묵히 훈련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생각하면 뭉클하다.
올림픽에서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건강과 안전, 평화 보다 우위에 있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IOC와 일본이 두드리는 계산기 소리는 숭고한 올림픽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