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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의 조용한 약진…자본력만큼은 '리딩뱅크'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5.13 06:00 수정 2021.05.12 11:14

BIS비율 16.4%…KB·신한금융 제치고 '선두'

신종자본증권 효과 톡톡…계열사 지원 속도전

국내 4대 금융그룹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자본력이 국내 4대 금융그룹들 중 선두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의 자본 여력 지표가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거의 10년 만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 모은 노력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비(非)은행 계열사들에 대한 하나금융의 실탄 지원에는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은 평균 15.5%로 전년 동기 대비 2.0%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 값으로, 금융사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하나금융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하나금융의 BIS비율은 16.4%로 같은 기간 대비 2.6%p 오르며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하나금융의 BIS비율이 13%대 후반으로, 14%대 초반이었던 KB·신한금융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나금융의 BIS비율이 KB금융과 신한금융을 제친 건 2011년 말 이후 처음이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BIS비율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상승폭은 하나금융에 미치지 못했다. KB금융의 BIS비율은 1.9%p 오른 16%를 기록하며 하나금융의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은 15.9%, 우리금융은 13.6%로 각각 1.8%p씩 BIS비율이 상승했다.


금융그룹들의 자본력 지표가 좋아진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달라진 제도가 꼽힌다.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9월부터 신규 자본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를 적용하면서다. 바젤Ⅲ는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 가중치와 기업대출의 부도 손실률을 낮춰 은행의 자본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나금융은 바젤Ⅲ 효과에 더해 채권 발행으로 자금 수혈을 이어가며 자본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하나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해 말 2조7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1.3% 급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만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당초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환을 무한정 미룰 수 있는 채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금융사의 선호도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자본력 관리 측면에서의 용이함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하는 회사가 만기를 정할 수 있는 구조상 회계 처리 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책정되는 만큼, 금융사는 재무 지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나금융의 신종자본증권 확대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달 초 신종자본증권 추가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들어갔다. 이번 모집 규모는 1500억원 정도다. 하나금융은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확보된 자본은 비은행 자회사 지원에 쓰일 전망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갖췄지만, 하나금융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기조 심화로 은행 부분의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리면서, 비은행 계열사들을 키우기 위한 금융그룹들의 자본 확충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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