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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금리인상론...출구 고심하는 한은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5.10 12:56 수정 2021.05.10 13:35

금융연구원 “기준금리 선제적 인상 검토 필요”

가계대출급등, 물가상승, 기대인플레이션 요인

이달 ‘금통위’· 내달 ‘71주년 창립기념사’ 촉각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부터 연 0.5% 기준금리를 동결중인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 시사 발언 후 연내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경기회복 조짐이 빨라지고 가계부채 증가 흐름을 꺾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나 내달 12일 ‘한은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낼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인 금융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안했다. 국내 및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금융불안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가계부채는 꾸준히 급증, 이자부담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지난 9일 한국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2.9%)에서 4.1%로 상향 조정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KIF는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보급, 주요국의 대규모 재정지출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통화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성욱 KIF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완화정책 축소 논의를 국내 감염병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된 이후로 미루면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사전에 특정하기 곤란하더라도, 일정 조건을 전제로 금리인상을 개시한다는 선제적 지침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가계부채 급등과 물가상승 압박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신용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급등중이다. 신용금리(1등급, 1년)은 연 2.57∼3.62%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해 7월 말보다 하한선이 0.58%P 올랐다.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55∼3.90%로 같은기간 최저 금리가 0.3%P 상향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 같은 기간 상단과 하단이 각 0.65%P, 0.4%P 뛰었다.


지난 3월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도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p) 올랐다. 지난달 5월 이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2%를 넘어섰다.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으로는 지난 전망치인 1.3%를 상회한다.


한은 내에서도 이미 연내 기준금리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이 공개한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이 "올해 1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큰 폭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며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금통위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라는 분석이다.


금통위원들은 또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장에서도 어느정도 반영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의사록에서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이 채권 수급문제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강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이달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와 내달 한은 71주년 창립기념사로 시선이 향한다. 앞서 2017년, 2019년 창립기념사에서도 이주열 총재가 시그널을 던진 직후 기준금리를 조정한 바 있다.


단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가계신용 잔고 총액은 약 1600조원가량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8%가량이다.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박성욱 KIF 실장은 “재정․금융정책은 경기회복이 불균등한 점을 감안해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 종료를 서두르지 말고 운용하되, 향후 경기여건을 보며 지원정책의 강도 및 내용을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신성환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경제의 가계 부채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줄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면서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담의 우려는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으나, 한국에서도 실행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닛 옐런 장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미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며 “추가 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매우 완만한(very modest)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옐런 장관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경제 수장이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는데 시장이 주목해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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