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중앙선 침범해 교통사고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입력 2021.05.09 11:28
수정 2021.05.09 11:28
"고인 과실 있더라도 출장 과정에서 발생…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는 아냐"
출장 중 중앙선을 침범해 일어난 사고로 숨진 노동자에게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고인 과실이 있더라도 업무수행 중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법원의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한 대기업 협력사 직원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업무용 차량으로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회사로 복귀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6.5t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장의비와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A씨가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범죄행위를 했고, 이 행위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공단은 같은 해 3월 "고인이 출장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나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 급여와 장의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오로지 노동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인의 과실이 있더라도 출장 뒤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임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앙선 침범이 특례법상 배제 사유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서 입법 목적과 규율 취지가 다른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A씨는 왕복 약 2시간 걸리는 곳에서 1시간30분 일정 출장을 수행하고 돌아오던 중 사고로 사망했다"며 "졸음운전이 원인이라고 해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