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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차시장 재편…스파크 사라지고 현대차 경형 SUV 등장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5.05 06:00
수정 2021.05.06 12:07

한국GM, 신형 CUV 투입으로 스파크 단종 시기 저울길

일반 경차 형태 벗어난 경형 SUV 합류로 다양성 확대

쉐보레 스파크. ⓒ한국GM

지난 10년간 기아 모닝, 레이, 한국GM 스파크 등 3종 체제로 이어져온 경차 시장이 내년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된다. 스파크는 신형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로의 차종 대체를 위해 단종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대자동차에서 경형 SUV를 새로 내놓으면서 차종은 기존과 같은 3종 그대로지만 차량 형태는 좀 더 다양화된 시장이 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경차 생산공장인 창원공장이 내년부터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신형 CUV 생산기지로 전환됨에 따라 이곳에서 생산 중인 스파크의 단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형 CUV는 내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가 2023년 출시될 예정으로, 그 이전에 창원공장 설비들을 전환해야 한다.


창원공장은 연간 21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이다. 그동안 스파크와 경상용차 라보, 다마스를 생산해 왔으나, 지난 3월부로 라보·다마스 생산은 중단한 채 설비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M은 지난 2019년 한국GM에 배정키로 한 CUV의 글로벌 수요를 연간 27만대로 예측했으며, 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스파크 생산라인까지 CUV 생산으로 전환하고 추가 설비를 증축해야 한다.


한국GM 노동조합은 CUV 물량 불확실성을 감안해 스파크의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차 수요 감소와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CUV로의 대체가 불가피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파크는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은 차다.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생산한 경차와 소형차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국GM의 임금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경차 생산을 유지할 메리트가 떨어졌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친환경차로서의 경차의 가치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 스파크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경차 판매가 급감하는 형편이다.


2019년 10만3552대에 달했던 한국GM의 미국향 스파크 수출 물량은 지난해 5만8475대로 반토막 났다. 미국보다 시장이 작은 내수 판매는 더 심각하다. 2017년 5만대에 육박했던 스파크 국내 판매량은 2018년 4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2019년은 3만5513대, 지난해는 2만8935대까지 하락했다.


수익성도 문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임금 수준으로는 경차를 생산해서 타산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기아는 모닝과 레이를 협력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동희오토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를 직접 생산하는 한국GM과 외주 생산체제인 경쟁사는 인건비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면서 “스파크가 볼륨 차종이라 수요를 봐 가면서 단종 시점을 결정해야겠지만 같은 물량이라면 CUV를 만드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스즈키의 경형 SUV 짐니. ⓒ스즈키

이처럼 경차 3총사 중 1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새로 투입되는 경차도 있다. 바로 현대차의 경형 SUV다.


기아나 한국GM과 마찬가지로 현대차도 자체적으로 경차를 생산해서는 수익성을 맞추기 힘든 형편이지만 지난 2019년 9월 ‘반값 일자리’로 화제를 모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출범하며 임금 문제가 해결됐다.


GGM은 광주광역시(지분 21%) 주도로 현대차가 19%의 지분을 참여해 만들어진 합작법인으로,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주 44간만 가동되고, 지자체에서 숙소 등 각종 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평균연봉이 기존 완성차 업계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으로 생산비용 경쟁력이 높다.


GGM은 오는 9월부터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으로, 이르면 올 4분기께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차 규격(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연비를 높이느라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기존 경차들과 달리 현대차의 경형 SUV는 지상고와 전고를 높인 SUV의 모습을 갖추고 경차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스즈키의 경형 SUV 인기 모델인 ‘짐니’와 같은 개성 있는 경차의 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던 만큼, 현대차의 경형 SUV가 이같은 갈증을 해소해줄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차박’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작고 저렴하면서도 비포장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고 차박도 가능한 경형 SUV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경차가 큰 규모의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경차가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형 SUV가 출시된다면 일반 해치백 형태의 경차(모닝, 스파크)끼리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박스카(레이), SUV까지 다양한 경차가 공존하며 파이를 넓히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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