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 에이스 류현진의 자진 강판 '현명한 선택'
입력 2021.04.26 07:15
수정 2021.04.26 09:43
탬파베이전 3.2이닝 무실점...투구 중 통증 느껴 교체
비중 큰 에이스로서 더 큰 부상 방지한 옳은 결정
에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경기 중 자진 강판을 결정했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각) 미국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펼쳐진 ‘2021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선발 등판, 4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0-0 맞선 4회말. 투아웃까지 잡고 마르고에 중전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몸에 불편함을 느낀 듯 마운드 옆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류현진은 즉각 벤치에 사인을 보냈고, 피트 워커 투수 코치가 올라왔다. 찰리 몬토요 감독도 뒤따라 마운드에 올라 잠시 소통한 뒤 교체를 결정했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걸음걸이도 평소와는 달랐다.
갑작스러운 자진 강판 전까지 류현진은 호투했다.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는 147km를 찍었다. 체인지업과 커터는 여전한 위력을 보여줬고 커브도 괜찮았다. 류현진은 이날 3.2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62개 중 스트라이크는 43개. 승패 없이 경기를 마친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1승 2패를 유지했고, 평균자책점은 2.60으로 낮췄다.
류현진이 내려간 뒤 1점을 뽑은 토론토는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에이스가 갑자기 빠지는 상황에서도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다행히 류현진의 상태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가벼운 오른쪽 둔부 통증으로 교체됐다”고 알렸다. 현지에서는 부상자명단(IL)에 오를 정도의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류현진과 몬토요 감독도 “경미한 통증이다. 부상자명단에 올라야하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다. 자칫 무리하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난 2014년에도 류현진은 오른쪽 둔부 근처 부위의 통증으로 자진 강판을 선택한 뒤 “일찍 결정한 것이 더 깊은 부상을 막았다”고 말한 바 있다.
심각한 부상은 류현진에게나 토론토에나 시즌 전체를 날릴 수 있는 치명타다. 지난해 4년 8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은 류현진이 토론토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무시’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단축 시즌을 치른 지난해 토론토는 류현진 존재에 기대어 모처럼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류현진은 2년 전 LA 다저스 시절에도 자진 강판을 결정한 뒤 부상자명단에 등재됐다. 세인트루이스전 2회말 투구 중 벤치에 사인을 보냈고, 로버츠 감독이 나와 교체를 결정했다. 개인 통산 100번째 선발등판 경기에서 나온 아쉬운 상황이다.
이후 왼쪽 사타구니 통증으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더 깊은 부상을 방지한 류현진은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해 시즌 끝까지 호투했다.
복귀 직후인 5월에는 6경기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5승을 챙기며 이달의 투수상까지 수상했다. 개인 최다인 14승(5패)을 찍었고, 평균자책점은 2.32를 기록하며 이 부문 MLB 전체 1위에 등극했다.
류현진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류현진이다. 에이스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무도 잘 알고 있지만, 팀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호투 중 발생한 경미한 통증은 안타깝고 아쉽지만, 무리한 투구는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류현진의 자진 강판은 현명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