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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받지만 흥행은 글쎄"…'배우 출신 감독', 속내 복잡하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4.22 08:41 수정 2021.04.22 08:48

이제훈 제작사 하드컷 설립

흥행 작품 없어 신뢰도 하락

"배우라는 역할 외에 감독이라는 다른 영역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왓챠와 손 잡고 각자 집필한 시나리오로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들의 감독 도전기인 '언프레임드 프로젝트'의 제작은 이제훈, 양경모 감독이 설립한 하드컷이 맡는다. 배우들의 감독 선언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창작에 대한 의지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배우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들과 함께 손잡은 제작, 배급사들은 인지도가 탄탄한 배우들의 감독 데뷔를 지원하며 제작 단계부터 작품을 손쉽게 알릴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스타 배우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이, 배우가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 동안 하정우, 김윤석, 정진영, 박중훈, 유준상, 구혜선이 감독으로 대중과 만났고 이정재, 정우성에 이어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감독 도전은 화제성 만큼 흥행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배우 감독의 대표격인 하정우는 '롤러 코스터'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차기작 '허삼관'에서 실패란 쓴 맛을 봤다. '허삼관'은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소화하며 시선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손익분기점 300만명에 한참 못미치는 95만명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감독의 직책을 빌렸다는 박중훈도 '톱스타'로 메가폰을 잡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관객은 고작 17만명이었다.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한 김윤석도 대중에게까지 닿지는 못했다. 그의 데뷔작 '미성년'도 100만명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27만명에 머물렀다. 정진영은 오래 꿈꿔왔던 연출의 꿈을 '사라진 시간'으로 펼쳤지만, 호불호 섞인 반응과 함께 18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배우로서 승승장구했던 이들이지만 감독이란 이름을 달자 흥행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배우 출신 감독들은 그 누구보다 배우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어 표현력이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강세를 보일 수 있으나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결과가 이렇다보니 배우들의 감독 도전을 보는 업계 사람들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고 답답하다.


감독이 아닌, 배우로 쌓아올린 것들로 투자 받는 상황이 다른 신인 감독이나 경쟁사들에게 허탈감과 열패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우 출신 감독들의 성공 사례가 없다보니 신뢰감도 떨어졌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신인 감독이 쉽게 하정우를 캐스팅 할 수 있을까? 신인 감독 하정우니까 배우 하정우를 캐스팅 할 수 있었던 거다. '언프레임 프로젝트'도 배우 4명이 감독하는게 아니라면 4개의 단편 묶음이 왓챠에 투자를 받을 없었을 것이다. 배우로 쌓은 인맥과 인지도로 감독의 영역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배우들의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도 배우 출신 감독의 작품은 검증 된 바 없기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인지도 있는 배우가 연출한다고 배우 캐스팅이 쉽지는 않을 거다. 무조건 배제하진 않지만 배우들이 경험이 전무한, 그것도 같은 배우였던 사람이 감독을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신인 감독과 배우 출신 신인 감독과는 다른 문제다. 신인 감독은 그 동안 많은 훈련을 통했고, 실력을 인정 받아야만 투자, 배급을 받을 수 있지만 배우 출신 감독은 그렇게 얻은 기회는 아니지 않나"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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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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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1.04.22  09:41
    오 박정민 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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