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취임 첫날 '문자폭탄 1000개' 숙제 받았다
입력 2021.03.29 15:10
수정 2021.03.29 15:36
취임식 대신 '듣는' 타운 홀 미팅으로 시작…'경청 리더십'
1000개 '문자 바구니' 등장 '소통‧상생', 'ESG', '제도혁신' 등 요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의 첫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청중 앞에서 자신의 포부를 늘어놓는 ‘취임식’ 대신 이해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듣는 ‘타운홀 미팅’을 첫 공식 행사로 택했고, 각계 인사들은 그에게 1000개의 문자 ‘폭탄’으로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29일 대한상의는 서울 중구 상의 회관에서 딱딱한 ‘취임식’ 대신 ‘비대면 타운홀 미팅’을 열고 ‘스물 네번째 대한상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현장에는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 정몽윤 서울상의 부회장(현대해상 회장), 이한주 서울상의 부회장(베스핀글로벌 대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참석했다.
10m 스크린에는 일반 국민에서부터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전국상의, 시민단체, 국무조정실, 산업부, 과기부 등 50여명의 이해관계자들이 ‘랜선 미팅’에 참석했다.
대한상의측은 “최태원 신임 회장의 의견을 받아 취임식을 타운 홀 미팅으로 대신했다”며 “새로운 대한상의가 기업의 의견만 구하지 않고,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각 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첫 ‘듣는’타운 홀 미팅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새로운 도약, 대한민국 경제 24시’라는 10분 영상으로 시작됐다. 24대 대한상의에 바라는 24명의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24시간 동안 담았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한국경제도 언제나 봄날이면 좋겠네요”(전북 남원 국수집 사장), “일하는 엄마들의 지원군이 되어달라”(그로잉맘 대표), “스펙 없애고, 역량 만으로 채용하는 시스템 만들어 주세요”(취업준비생), “경제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박상인 서울대 교수),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가 정신을 확립해 달라”(박병석 국회의장) 등 소상공인부터 스타트업, 시민단체, 대학 교수, 해외 근로자까지 경제계에 대한 바람을 담아냈다.
문자 바구니(Message Basket)도 등장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해 관계자들은 ‘기업의 역할,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해 1000 건의 문자를 보내 왔고, 상의는 소셜미디어(트위트, 블로그, 댓글)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을 같이해 11인치 태블릿에 담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문자 바구니를 열어보면, 주제별로는 소통·상생이 가장 많은 가운데, 이어 ESG, 제도혁신 순으로 많았다.
소통‧상생과 관련해서는 대기업부터 골목상권까지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ESG분야에서는 기업이 이윤추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제도혁신 분야에서는 낡은 법제도를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경제주체별로는 국민은 ‘소통과 상생’을 강조하며 19만 회원사를 위한 균형감 있는 대변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기업이 윤리경영,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했다.
정부‧국회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할 수 있는 산업미래 기반 조성을 주문했다. 기업은 일률적 규제 보다는 ‘자율규범’을 통한 시장질서 확립을 바랬고,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ESG경영과 함께 인권, 성평등 등 사회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학계도 ESG 로드맵을 만들어 ESG경영을 확산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도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소통으로 갈등·문제 해결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의는 협력의 새 파트너십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며 “각계에서 많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