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심르포 ②동북권] "1년 동안 번 돈, 세금폭탄에 다 날릴 판"
입력 2021.03.21 05:00
수정 2021.03.22 10:39
박영선, 동대문구 청량리 시민들과 인사
인물 평가에선 합격점 "사람은 참 똑똑해"
집값폭등·세금폭탄에는 서민들 '부글부글'
與당원이라는 상인조차 "많이 돌아섰다"
"박영선 문제가 아니에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빵점인데 어떡해. 이제는 서민들 아파트에서 못 살아요~"
불과 30분 전까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살갑게 인사를 나눴던 어묵 가게 50대 부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청량리 청과물시장 인근 노점상에서 어묵, 오뎅, 믹스커피를 팔고 있는 이들 부부는 "박영선, 사람은 참 똑똑하다"면서도 "그런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엔 야당 후보가 되는 게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집값 폭등, 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민심이 서울시장의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남편 강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했을 때 시가가 7억5천이었다. 근데 10년도 안 되어서 15억이 됐더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앞에 놓인 어묵들을 가리키며 "2천원짜리도 소비가 안 되는데 누구는 몇억씩 재산이 오르는 게 맞느냐"고도 성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 이씨가 "요즘 노인분들 1천원짜리 어묵 찾는다. 천원이 부족해서 못 사 먹는다"며 "김치 담가 먹을 돈이 없어서 단무지를 김치 대용으로 먹는다고 하더라"고 말을 보탰다.
박영선 후보는 19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청취한 민심은 썰렁하고 냉랭했다. 시민들은 박영선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전문성 등을 높이 평가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비판적이었다.
자신이 민주당 진성(권리) 당원이라고 밝힌 꽃집 사장 김씨는 "3자구도라면 기대해볼 수 있지만 양자구도라면 (당선이)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청량리는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인데도 최근 많이 돌아섰다"며 "약 30프로 정도가 결정을 유보한 듯하다"고 전했다.
그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나도 30년 동안 1주택자였는데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1년 내내 500만원을 벌까 말까 하는데 500만원 세금을 내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며 "정부가 그런 부분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박 후보 주변에 모여든 인파를 멀찌감치 지켜보던 40대 여성 배씨는 '박 후보 서울시장으로 어떠냐'는 말에 "아나운서를 해서 그런지 야무지고 똑부러지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요즘 살림살이는 어떠냐'는 질문에는 "너무 힘들다"며 "특히 집값, 전세, 월세 다 올랐다. 제가 이사를 해보니까 크게 와닿았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어가는 건 또 그렇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31년째 같은 자리에서 구두수선을 하고 있다는 50대 남성 이씨는 스스로 '중도'라고 밝히면서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했다. 공약과 토론, 하고 다니는 스타일 꼼꼼이 비교해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부동산 공약이 중요하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 문제니까 국민들이 잘 이겨내야 하는 문제지만, 부동산 공약은 시장원리에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지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여성 홍씨는 "요즘 장사가 통 안된다. 그래서 김도 같이 팔고 있다"면서 "옛날부터 하던 거니까 그냥 (장사)하는 거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노점상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획하는 것과 관련해선 "장사가 안 되는데 돈 주면야 좋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청량리역 광장에서 동대문구 지역공약을 발표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대를 나왔다고 운을 띄운 그는 "동대문구는 서울과 경기 동북부, 강원도, 경북을 잇는 관문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서울의 관문답게 경제, 문화, 교통, 교육 등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 시립병원(시립동부병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별 특성화를 강화하겠다"며 "면목선, 강북횡단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및 조기 착공을 추진하고 분당선도 증설하겠다. 수서발 고속철도(SRT) 청량리 노선 유치를 추진하겠다. 동부간선도를 지하화하고 위에는 수변공원 등 대규모 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전농동 등 청량리역 일대 복합개발 추진 △이문고가차도 지하화 △신이문역 신축 추진 및 역세권 개발 △전농동 서울대표도서관 조기건립 추진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 도시재생사업 조속 추진 △용신동 일대 패션봉제특구 지정 강력 추진 △청량리·제기동·신설동역 노후역사 리모델링 및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공약했다.
☞데일리안 4·7 보궐선거 「서울민심르포」
[서울민심르포 ①서남권] "대통령의 무능이 피부로 느껴지긴 처음"
[서울민심르포 ②동북권] "1년 동안 번 돈, 세금폭탄에 다 날릴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