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점술에 빠지다①] 10명 중 9명 꼴…점집 찾는 청춘, 불안한 시대 반영
입력 2021.03.18 08:27
수정 2021.03.18 08:28
"지난해 점술시장 이례적 성장, 변칙 영업 많아 수치화 힘들어"
"심리적으로 불안한 젊은이들, 점집에서 위로 얻어"
ⓒ통계청
“역술인 30만명, 무속인 15만명 수준”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협회장의 말이다. 여기에 협회는 한국 점술시장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흔히 ‘운세 시즌’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해 신년만 되면 용한 점집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최근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 예약 대기만 해도 3개월여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간 국내 점술 시장의 규모를 둔 추정이 분분했다. 앞서 한국역술인협회가 추정한 규모도 주장일 뿐이고,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인터넷 등 온라인 점술 산업을 포함할 경우 2조 5000억원에서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통계청이 제공하는 시도·산업·사업체구분별 사업체수, 종사자수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수는 9244개, 종사자수는 1만 745명이었다. 2016년 사업체수 1만 243개, 종사자수 1만 1575명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 매출액 역시 2016년 2039억 5900만원을 기록했고, 2019년엔 1748억 96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조사마다 수치가 다르고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은 조금 미심쩍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변칙영업’을 이유로 꼽았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점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미등록 상태인 경우가 많고, 사주나 타로의 경우에도 일반음식점으로 변칙 등록해 운영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면서 “점술 업계는 사업 초기 빠르게 성장해왔고, 특히 지난해 이례정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앱스토어 '접짐' 검색 결과
더 주목할 점은 젊은 층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가 10~30대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운세를 보는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1년에 한 번 본다(25.5%)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반년에 한번(25.1%) ▲일주일에 한 번(13.3%) ▲한 달에 한 번(13.3%) ▲한 달에 2~3번(12%) 순으로 답했다. ‘매일 본다’는 응답도 전체의 10.8%에 달했다.
이는 점술 시장의 온라인 서비스 활성화에 따라 가능한 결과다. 실제로 운세 애플리케이션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약 3배 이상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이들의 유입이 많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계자들 역시 20~30대가 온라인 점집을 찾는 이유는 각박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점술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지상파 방송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타로의 대중화에 시동을 건 인물로 꼽히는 타로 상담사 정회도 씨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조언을 구할 곳이 없고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위로와 용기를 얻을 곳도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였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이 분야의 콘텐츠를 많이 찾고 있다. 제 유튜브 채널(타로마스터정회도) 같은 경우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구독자가 약60% 정도 되는데,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역시 젊은 세대와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점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연령대가 다양해짐에 따라 최근 운세 시장도 트렌드에 발맞춰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운세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전화 사주는 물론이고, 최근엔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타로마스터정회도’ ‘타로호랑’과 같은 제너럴 리딩을 기반으로 하는 언택트 타로를 비롯해 웹툰과 캐릭터·케이팝 등을 활용한 콘텐츠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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