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은 후 혈전 생성… 접종 중단되나
입력 2021.03.17 15:22
수정 2021.03.17 15:27
백신 맞은 뒤 혈전 생성… 사망자는 요양병원 60대 환자
잇단 부작용 사례에 국민들 불안감 커져
질병관리청 "유럽 조사결과 확인 후 접종 중단 검토"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자 가운데 유럽과 같이 혈전을 생성한 사례가 나왔다. 유럽 국가들이 혈전생성 등 이상반응을 이유로 접종을 중단한 가운데 국내 접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에 대해 "현재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 사례는 없고, 사망사례 중에서 한 건 정도가 부검 소견이 보고된 게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할 예정"이라며 "아직 공식적인 부검 결과가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연관성에 대해 유럽,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근거가 확인 안 된 상황"이라며 "일단 외국의 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될 예정이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혈전이 생성됐다고 신고된 사람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60대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혈전 생성 사례가 보고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그런 이상반응이 신고된 적 없다며 접종 강행 의지를 보였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예방접종을 중단할 명확한 근거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접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국내에서 혈전이 생성된 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고 뒤늦게 밝히면서 백신의 안전성과 접종 강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누적 접종자 58만명…"대체할 백신 없어"
정부는 백신과 혈전 발생 사이의 인과성에 대한 결과가 분명하게 나올 때까진 백신 접종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다. 11월 전국민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접종을 중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1차 예방접종을 마친 접종자는 누적 62만1734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인원은 58만7996명이며,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자가 3만3738명이다.
정부의 백신 접종 스케줄상 국내에서 3월 말부터 2분기(4∼6월)까지 백신을 맞는 인원의 70%인 약 77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4~5월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41만1000회분(70만5000명분)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고,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개별 계약한 700만회(350만명)분도 2분기에 국내에 도입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체할 만한 백신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다른 제약사의 백신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 주요국, 혈전생성 보고 후 즉시 백신 접종 중단
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에 신중한 반면 유럽 국가들은 혈전생성 사례가 보고되자 백신 접종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앞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노르웨이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 접종 후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 출혈, 혈소판 감소 등 여러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접종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접종 이후 현재까지 22건의 폐색전증과 15건의 혈전증이 보고됐지만, 이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슷한 수치"라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18일 EMA 조사 결과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 생성을 유발한다고 나온다면 국내 접종 일정도 틀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인 근거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