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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힘들어도 미래 포기 못해"…현대차 R&D 투자 늘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3.17 11:42
수정 2021.03.17 11:42

현대차 연구개발비 3조1086억원…영업이익 규모 상회

정의선 회장 "투자 시기 놓치면 미래 주도 힘들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서도 연구개발(R&D) 비용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17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R&D 비용은 3조10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2018년 2조7564억원이었던 현대차의 R&D 비용은 2019년 3조389억원으로 3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추가로 늘었다.


이 기간 R&D 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8%에서 2.9%, 3.0%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자율주행기술과 전동화 부품 및 수소연료전지 등 현대차의 핵심 부품 개발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 역시 R&D 비용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2018년 8350억원이었던 현대모비스의 R&D 비용은 2019년 9659억원을 거쳐 지난해 1조131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대에 진입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율도 이 기간 2.38%에서 2.54%, 2.77%로 꾸준히 늘었다.


다만 현대차그룹 내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기아의 R&D 비용은 2019년 1조7682억원에서 지난해 1조673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와 각종 비용지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긴축경영체제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R&D 비용 확대는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9% 감소한 2조7813억원에 머물렀고,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도 22.4% 감소한 1조830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거액의 품질관련 비용도 지출됐고,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협력사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도 이뤄졌다. 무엇보다 불확실성 확대로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넘나드는 규모의 R&D 비용 투자에 나선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강력한 미래기술 투자 의지를 이행하기 위함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불확실성이 크고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했다”면서 “주요 국가가 락다운 되고, 협력사와 딜러들이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는 곳도 나왔다. 우리도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협력사에 지원했다”고 지난해 어려웠던 상황을 회고했다.


정 회장은 이어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도 계속 했어야 했다”면서 “시기를 놓치면 미래를 주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완성차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이미 승용차나 상용차, 수소연료전지까지 모두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전기차 분야에서는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선두권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를 벗어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투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과 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의 절반은 자동차 이외 분야(UAM 30%, 로보틱스 20%)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치열한 행보가 코로나19라는 돌발 상황으로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다고 R&D 투자를 포기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컨텐전시 플랜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고정비를 줄이더라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였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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