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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착한 실손보험도 적자의 늪, 손해율 100% 넘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1.03.17 10:35 수정 2021.03.17 10:38

고객 자기 부담금 확대에도 결국 손실 구간 진입

舊실손 보험료 폭탄 이어 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국내 손해보험업계 신(新)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 신(新)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실손의료보험 상품인 이른바 '착한 실손'의 손해율도 10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이 100%를 넘겼다는 것은 보험사가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의미로, 가입자 본인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된 착한 실손보험마저도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현실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구(舊)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신(新)실손보험마저 손해를 낳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짊어지게 될 가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신실손보험에서 104.3%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100%를 초과했다는 것은 보험사가 해당 상품에서 거둔 보험료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신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상품이다. 가입 후 2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료 10%를 돌려주는 특성 때문에 착한 실손보험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실손보험은 이 같은 신실손보험을 비롯해 총 세 종류다. 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실손보험, 그리고 표준화 이후부터 신실손보험이 등장하기 전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이 있다.


신실손보험에서의 적자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해당 상품이 보험사의 손실을 완화하고자 마련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국민보험으로 자리 잡은 실손 상품을 장기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신실손보험이 이전 상품들과 비교해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는 고객의 자기 부담금 비중을 30%까지 높였다는 점이다. 표준화 실손보험의 가입자 부담금 비율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만큼 보험사의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또 신실손보험은 과거처럼 의료비 전체를 통합 보장하지 않고,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했다. 과잉 진료를 억제해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를 막아보겠다는 계산이었다. 대신 보험료를 낮춰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노력 덕에 신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출시 당시인 2017년 63.1%에 머물렀고, 이듬해인 2018년에도 79.4%에 그치며 효과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들어 101.2%로 끝내 손실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손해율은 이보다 더 악화된 실정이다.


이렇게 신실손보험 손해율도 100%를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130%를 넘나드는 손해율로 인해 가파른 보험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전 상품들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신실손을 제외한 실손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11.9%에서 19.6%까지 올린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앞선 몇 년 동안에도 해마다 10% 안팎 수준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단행해 왔다. 3~5년 주기로 실손보험 계약을 갱신하는 소비자의 경우 이런 인상률이 일괄 적용되며, 한 번에 50% 이상 오른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 들게 될 수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실손보험은 그래도 아직 표준화 이전 상품들에 비해 손해율이 낮은 편이어서 당장 보험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착한실손도 이대로 손해율이 악화된다면 결국 가격 인상을 검토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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