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끝난 뒤…오세훈·안철수 직면한 '과제'는
입력 2021.03.12 01:00
수정 2021.03.12 04:33
오세훈,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 선출됐지만
당 일각엔 아직 안철수 물밑지원 움직임 남아
당 조직 결합 과정서 '강성 보수' 혼합도 문제
"승리하려면 후보를 중심으로 혼연일체돼야"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공식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뒤, 오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제1야당 '조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오 후보가 자신에게 결합했지만 후보 중심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당 조직 컨트롤에 곤란함을 겪고 있다면, 안 후보는 거대 정당의 세를 등에 업은 오 후보의 추격세를 뿌리치는 게 당장의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치열했던 경선 끝에 당의 공식 후보가 됐지만 아직 제1야당의 힘을 온전히 몰아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 일각에는 4·7 재·보궐선거 이후의 당권 경쟁이나 야권 재편을 염두에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힘을 싣는 움직임이 남아 있다. 또, 오 후보에게 결합했더라도 후보가 취하는 전략이 아닌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후보는 이날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를 찾았다. 이 모임은 대부분 국민의힘 출신의 전직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자리에서 오 후보는 자신이 아닌 안철수 후보에게 힘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부 전직 의원들을 향해 유감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박수에 오 후보는 "꼭 당선돼달라는 뜻에서 박수 쳐준 것이냐"며 "조금 뒤에 안철수 후보가 온다는데 똑같이 박수를 칠 것 같다. 아무리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정치인이라지만 모순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마포포럼 선배들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나로서는 친정에 온 것"이라며 "7대3이나 8대2 정도는 내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포포럼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며 "나로 단일화가 돼서 결승선까지 가서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할 수 있게 선배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선이 끝난 뒤 국민의힘 당 조직이 본격적으로 오세훈 후보의 캠프와 결합하고 있다. 중앙선대위와 서울시당 선대위가 발족하고, 중앙위 차원에서의 필승결의대회도 열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이나 본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까지 결합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박영선 후보와의 본선 승부를 앞두고 중도층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골적 강성 보수 같은 것을 끼얹어서는 곤란하지 않느냐"며 "후보가 생각하는 전략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 승리할 수 있도록, 당과 후보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당 조직 등에 업은 오세훈 추격 직면
단일후보 적합도 오세훈 38.4 vs 안철수 38.3
'어떤 상황서도 이길 수 있는 후보' 부쩍 부각
안철수 "난 매번 이기는 결과 낸 유일한 후보"
오세훈 후보가 자신에게 결합하는 공당 조직 활용에 아직까지 다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안철수 후보는 거대 정당의 세(勢)와 결합한 경쟁 후보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단계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여럿으로 갈려 있을 때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고 오세훈 후보가 선출되자 판세는 하루가 다르게 박빙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의 단일화에 관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사실상 동률을 이뤘다. 초박빙 양상이다.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야권 단일 후보로 적합한 후보를 설문했을 때, 안철수 후보 31.7%, 오세훈 후보 12.0%, 나경원 후보 16.8%로 안 후보가 단연 앞서갔던 시절과는 천양지차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간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 후보가 한 명으로 확정되면, 관망하던 국민의힘 지지층들이 지지 후보를 정하고 안철수 후보에게로 가 있던 지지층 중에서도 일부가 돌아오면서 판세가 변화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이같은 관측이 일정 부분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세(黨勢)를 등에 업은 오세훈 후보의 맹추격에 안철수 후보는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까지 모두 부각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철수 이날 마포포럼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LH 공사 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해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모두 오르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총선을 생각해보면 언제 또 분위기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반전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수십조 원의 돈을 뿌리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나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며 "지금까지 매번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만을 낸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야권 지지자들께서 판단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