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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시대정신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3.13 06:00
수정 2021.03.13 10:09

국민을 위한 공정과 상식과 정의

검찰을 넘어 국가를 위한 봉사

법을 넘어 공감과 소통과 배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론의 주목을 단숨에 받고 있다. 대선을 꼭 일 년 앞두고 여야 후보를 통틀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분노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정치하겠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총장 퇴임사에 밝힌 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고 선언한 만큼 향후 정치적인 행보는 분명해 보인다.


당분간 정치권의 시간은 윤석열의 시간이 될 것이다. 4.7 보궐선거를 비롯하여 모든 정치적 논의의 중심에 설 것이다. 그가 언제 어떻게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할 것인지? 정치 비전과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정치 메시지를 내놓을지? 함께하는 정치적인 세력과 참모는 누구인지? 국민의 관심이 크다. 지금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인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인 행보와 기술에 앞서 내면에 침잠하여 역사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주해보고 자신을 재정립해야 한다. 매사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고, 건물의 기초를 잘 놓아야 한다.


첫째, 시대정신을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명확한 이유이기도 하고, 정치하는 존재 이유(raison d’être)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멘토나 참모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는 ‘성찰적 사고’(reflective thinking)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과제에 대한 즉흥적인 대답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곱씹은 진실한 해답을 도출해야 함을 강조한다. 날줄로 역사를 반추하여 현시대를 파악하고 미래 비전을 담아야 한다. 씨줄로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직적 시간과 수평적 공간을 넘어 4차원의 창의적인 시대정신을 도출해야 한다. 검찰총장 취임사와 퇴임사에 적잖은 실마리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헌법적 가치’일 수도 있고, ‘공정과 상식과 정의’의 확립일 수도 있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시스템’ 복구일 수도 있다. 깃발이 선명해야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둘째, 사고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야 한다. 기존 검찰 중심의 사고에서 국가 중심으로 마인드 셋을 전환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을 사랑한다’는 어록을 남긴 바 있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에게 조직은 검찰이었다. 그 조직의 붕괴에 저항하기 위해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이제 그가 지켜야 할 조직은 검찰을 넘어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검찰 수호 논리를 벗어나 국정 전체를 봐야 한다. 국정의 기둥인 정치와 행정, 경제와 복지, 교육과 문화, 외교와 안보 등에 관한 철학을 가다듬어야 한다. 자신의 시대정신을 분야별로 구체화해야 한다. 개별 정책은 참모에게 맡기더라도 기본 방향은 본인이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공감, 소통, 배려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법조인들은 법의 잣대로 사람과 사물을 판단한다. 검사의 시각은 범죄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하다.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큰 정치는 법 형식주의를 넘어 국민에 대한 사랑에 바탕을 둬야 한다. 서민의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치, 약자와 소외자를 배려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유독 ‘국민’을 강조한다. 2년 전 취임사에서도 헌법 제1조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를 강조한 바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 후배들에게 ‘대통령 꿈이 있으면 정치 한번 해보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윤 전 총장이 소 잡는 큰 칼이 될지 아니면 닭 잡는 작은 칼에 머물지?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반문재인 정서로 현재의 지지율을 단기간 유지할 수는 있다. 잘하면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역사의 요구와 국민의 생각을 담아 빛나는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알에서 고치로, 고치에서 나비로 거듭나야 꽃 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기회와 행운의 신,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글/서성교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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